북핵 제재시한 얼마 안남았다/미 국무부,막바지 선택 숨가쁜 움직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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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북한,너무 버티다 미 강경파 자극/APEC이 외교적 해결 분수령
북한 핵무기 개발의혹과 관련한 미­북한 핵 줄다리기는 미국이 강경노선으로 선회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최종시한 설정을 앞둔 외교적 해결노력이 막바지에 이른 느낌이다.
미국은 북한 핵문제를 가능하면 유엔에까지 끌고 가지 않고 북한측으로부터 양보를 이끌어내 원만하게 타결하려는 입장을 재확인하면서도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안전조치 계속성을 끝까지 보장하지 않을 경우 북한에 대해 제재시한 설정을 검토한다는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다.
이와관련,이 국무부는 이같은 결정이 월단위나 주단위가 아니라 일단위라고 밝힌바 있어 수일내로 제재를 추진할지 여부를 결정할 것임을 시사했다.
○북,미 여론에 민감
지난 9일 뉴욕에서 있었던 미­북한간 비공식 접촉에서 미국은 지금까지 북한측의 핵사찰 선 수용요구를 재확인한 반면 북한은 팀스피리트 중단을 요구,양측은 기존 주장만 재확인하는데 그쳤다.
그러나 북한이 요구해 이루어진 이날 접촉에서 북한은 『최근의 미국측 강경입장 천명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혼란스럽다』며 미국의 강경입장이 어느정도인지를 타진했다.
이는 빌 클린턴 대통령이 지난 7일 TV 대담에서 밝힌 대북한 강경발언과 그 이후 점차 늘어나고 있는 미국내 언론들의 시한설정 요구에 대해 북한이 민감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북한의 이같은 반응에 대해 일부에선 강경한 여론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정부가 어떻게 행동할지를 두고 초조해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지난 수개월간 계속돼온 줄다리기가 이제 막바지에 이르고 있음을 북한도 인식,어떤 식으로든 양보할 구실이나 돌파구가 필요함을 느끼고 있으며 이런 상황에서 미국 여론이 강경쪽으로 굳혀지는 것을 크게 우려한다는 것이다.
북한이 지닌 이같은 위기감은 클린턴 대통령의 일요 TV 대담뿐만 아니라 국제적 분위기도 중요한 전환을 맞고 있는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미국정부는 오는 19,20일의 시애틀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APEC) 정상회담에서 북한 핵문제를 거론할 것이며 특히 장쩌민(강택민) 중국 당총서기와의 정상회담에 이어 23일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북한 핵문제를 주요의제로 올릴 것임을 밝히고 있다.
○마지막 기회될듯
10일 가량 뒤에 열리는 이 회담은 북한이 그때까지도 태도변화를 보이지 않으면 「경고」 수준이 아닌 「실질적 대응」의 단계로 북한 핵문제를 발전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으며 일부에선 이 회담에서 북한에 대한 제재시한이 결정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내놓고 있기도 하다.
정상회담에서 설정되는 시한은 정상회담이 끝난후 1주일의 여유를 두고 북한에 핵사찰 수용 등 태도변화의 마지막 기회를 주는 것을 상정할 경우 빠르면 11월말이나 내달초가 될 수 있다는 추측이다.
미 국무부는 이러한 분위기와 관련,『미국의 입장을 결정하기 위해 내부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내비치기도 했다.
한국을 비롯,미국 등 북한에 관련국들은 기본적으로 IAEA의 최종판정에 모든 행동의 시발점을 두고 있다고 말하고 있는데 IAEA가 북한에 대한 사찰의 연속성이 「파괴」되었다고 천명하는 시점과 일치할 것으로 보인다. 이 시점을 IAEA의 기술적인 판단이 근거가 되겠지만 제반사항을 고려한 정치적인 결정이 결국은 시한을 설정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미 인내 한계 우려
북한은 그동안 너무 이 문제를 들고 줄다리기를 벌이는 바람에 미국정부내 대북한 강경론자들의 입지를 강화하를 결과를 빚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클린턴 대통령이 『미국은 참을 만큼 찾아왔다』고 말한 것은 단순히 북한에 대해 위협을 가한다는 외교적 발언이 아니라 미국내에서 점점 강해지고 있는 대북한 강경론을 의식한 정치적 발언의 성격이 강하다는 것이 워싱턴의 북한 전문가들의 우려섞인 분석이다.<워싱턴=진창욱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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