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영어추방 선포-불어지위 강화위해 하원에 법안제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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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母國語에 대한 자부심이 남다른 프랑스답게 현재 프랑스 전역에서는「英語퇴치운동」이 거세게 일고 있다.
프랑스판 국어순화운동이라 할만한 프랑스정부의 영어퇴치운동은「英語사냥부대」까지 배치하는등 사뭇 전투적으로 추진중이다.
프랑스정부는 이를 위해 구체적인 법안을 제정,이달 하순 국민의회(하원)에 제출할 방침이다.
법안제정의 정신은 명쾌하다.한마디로『국가 공용어로서 프랑스語의 지위를 강화하고 외국어가 공공의 이익에 무익하거나 혹은 유해한 사태를 피하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 법안은▲광고판에 영어사용금지▲외국영화라도 제명은 프랑스어로 번역해 광고할 것등 세세한 부분까지 구체적으로 규제하고 있다. 현재 프랑스 전역에 걸쳐 모두 4백50개소의 영화관에서 상영되고 있을 정도로 흥행에 대성공을 거두고 있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주라기공원』도『르 파르크 지라시크』로 바뀌어야 할판이다. 프랑스의 「언어위기」가 어제 오늘의 문제는 아니다.영어침투를 더 이상 참을 수 없다고 판단한 프랑스정부는 수년전부터 영어의 공격에 꾸준히 저항해 왔다.
그러나 프랑스측의 이번 역습은 대서양을 사이에 두고 치열하게진행중인 美佛양국의 문화.무역전쟁과 맞아 떨어지면서「文化的 궐기」라는 새로운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농업보조금을 없애라는 미국정부의 요구에 프랑스농민들이「전면전」을 선언한데 이어 영화산업계도 할리우드의 거대 영화기업에 대항하고 나섰다.
영화업자.감독.배우들이 똘똘 뭉쳐 영화와 TV를 우루과이 라운드 대상품목에서 제외해 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새로운 법안은 75년에 제정돼 85년에 개정된 기존 법률을 보강,▲일반비디오게임▲상업광고▲공공게시물과 광고등에 영어사용을제한하고 있다.
다만 프랑스 문화부대변인에 따르면 위반에 대한 벌칙규정은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상태다.
영어상표를 붙인 스키웨어차림의 젊은이와「프레지던트 클럽」등의상표가 붙은 스웨터를 입은 어른들,「레 뉴스」등 佛英합성어를 사용하는 신문까지를 규제해야 할 것인지「水位책정」이 만만치않기때문이다.
〈陳世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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