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에 도전하나…”/담배공사,「변질잎 발표」 반박광고 파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저급품 혼합을 잘못 알았다” 주장/자존심 상한 감사원 대책회의까지/사정 홍역치른 일부 부처선 담배공에 동정적
새정부들어 잔득 힘이 들어가 있는 감사원의 감사결과 발표에 대해 피감기관이 공개항의를 하는가 하면 이의를 제기하는 사례가 있어 감사원의 기능과 위상이 도전받고 있다.
한국담배인삼공사는 5일 일부 석간부터 게재한 5단광고를 통해 「변질된 수입담배 잎으로 담배를 제조해왔다」는 보도는 『사실과 달라』라는 표현으로 감사원을 간접 반박하고 나왔다.
피감기관,그것도 정부투자기관이 이같은 도전(?)을 해오자 감사원은 무척 자존심 상해하며 『변질잎을 사용한 것은 사실 아니냐』 『변질잎 보상금까지 받고서 부도덕하게 제조에는 그 잎을 그대로 사용했다』고 불쾌감 표시와 함께 대책강구에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감사원은 5일 낮 황영하 사무총장 주재의 실·국장 회의와 이회창원장 주재의 확대 간부회의에서 일단 감사원의 보도자료에는 문제가 없었음을 재확인하고 담배인삼공사의 맞대응이 「부적절하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겉으로 『현재 외국담배의 국내시장 잠식이 우려할만한 수준이어서 국산담배의 불량품 원료사용이 국익에 치명적일 수 있어 감사결과를 공개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속으론 감사원 역시 찔리는데가 없지 않은듯 했다.
감사원의 한 간부는 6일 『3등급 이하의 저급잎을 변질잎으로 표현한 것 같다』며 슬쩍 한발을 뺐고 다른 간부는 『저급잎중 극소수(2%)가 변질잎으로 파악됐다』고 했다.
이에 대해 담배인삼공사는 『변질잎은 사용한 적이 없으며 등급이 떨어지는 저급잎(3,4급)은 제조공정상 고급엽과 혼합해 사용하는게 당연하다』고 주장하며 감사원의 전문성 결여를 꼬집었다.
담배인삼공사 주장대로 감사원이 저급잎을 변질잎으로 잘못 표현했는지는 모르지만 국방부 등 일부 부처는 담배인삼공사의 입장에 동정적이다.
국방부 역시 F­16기 감사를 받으면서 감사원의 비전문성 때문에 홍역을 치르고 나중에 김영삼대통령이 직접 『주력기에 문제없다』고 천명함으로써 곤경을 면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개혁정국을 주도하고 있는 감사원은 「과잉감사」와 전문성 결여문제를 다시 한번 챙겨봐야 할 것 같다.<신동재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