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cover story] 역술인 조성우 박사-정신과醫 서동혁 원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2면

우리 사회에서 역술이 차지하는 역할은 실로 대단하다. 시집 갈 처녀, 수능 앞둔 학부모뿐 아니라 정신질환을 겪는 환자까지도 점집을 찾는다. 이러다 보니 "한국인들이 정신병에 잘 안 걸리는 것은 점을 많이 보기 때문"이라는 우스개까지 나올 정도다.

서양이라면 정신과 전문의나 전문 심리상담원이 담당할 역할을 역술인들이 맡고 있는 것이다. 한국 역술인 1세대인 조성우 박사(삼공명리철학원 원장)와 인천 미래신경정신과 서동혁 원장(한국 분석심리학회 회장)을 한자리에 모아 이런 현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 봤다.

-두분 다 인간의 정신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는데 서로를 어떻게 보나.

▶조=두 분야가 비슷하다고 본다. 정신적으로 큰 고통에 시달리던 사람도 상담받고 나면 씻은 듯 나아 돌아간다. 5천년 역사를 가진 역학은 한의학에도 접목돼 활용되는 하나의 과학이다.

▶서=두 분야는 완전히 다르다. 역학은 생년월일 등 최소의 정보를 가지고 최대의 정보를 추정하는 것이지만 의학은 그 반대다. 가능한 한 많이 물어봐 최대의 정보를 입력한 뒤 신중히 진단을 내린다.역학이 연역적이라면 의학은 귀납적이다. 통계에 따른 추리인 역학을 과학이라 보기 힘들다.

-자신의 분야에서 느낀 한계는 없나.

▶서=지난 20년간 정신약물학은 눈부시게 발전했지만 현재 뇌과학은 걸음마 단계로 미답 분야가 많다. 아직 정신분열증 환자 3명 중 1명은 완치가 힘들다.

▶조=역학의 경우 상담자의 믿음에 따라 효과 여부가 결정된다는 한계가 있다. 얼마 전 자신도 모르게 어머니를 때리는 딸이 상담을 받으러 왔으나 반신반의했기에 큰 소득이 없었다. 그러나 믿고 찾아 오는 경우 사주팔자를 바탕으로 나아갈 바를 제시해 주면 대부분 문제가 해결된다.

▶서=그걸 치료로 보기는 힘들다. 저명한 의사가 소화제를 주며 "두통에 잘 듣는다" 하면 실제로 낫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플라시보 효과(placebo effect)'라 한다.

▶조=정신적으로 문제 있는 사람만 다루는 게 역학이 아니다.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있는 사람에게 카운슬링을 해주고 삶의 지혜를 가르쳐 주는 것도 역술인의 역할이다. 그렇기에 인생의 경륜과 수양을 갖춘 사람이 해야 한다.

▶서=전국적으로 수많은 역학자가 있다. 그 중 수양이 덜 된 일부가 사회 문제를 일으키는 것 같다. 점보러 간 곳에서 "부적 사라, 굿해라"해 돈 퍼붓다 오히려 정신병 증상이 악화돼 병원을 찾는 경우도 종종 있다. 값도 몇만원에서 수백만원까지 천차만별인 것은 이해가 안 된다.

▶조=병원 치료비도 천차만별 아닌가.

▶서=요즘은 보험 적용을 받기 때문에 다 똑같다. 그건 비보험 진료의 경우다.(웃음)

▶조=요즘 넘쳐나는 점집을 보면 솔직히 걱정이 되기는 한다. 하늘의 진리를 전하는 사람이 돈만 생각한다면 자격이 없다.

▶서=정신적으로 위안을 줄 수 있다면 역학도 그 자체론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중증 정신질환자까지 치료하겠다고 나서면 안 된다. 정신과 병원 찾는 것을 꺼리고 점집에서 쉽게 해결하려다 병을 키우는 사람들의 인식도 변해야 한다.

▶조=맞는 얘기다. 주역에도 '유병쾌거 청의요(有病快去 請醫療)'란 말이 있다.'병이 나면 쾌히 의사를 청해 낫게 하는 것이 장수의 비결'이란 뜻이다. 역학은 조언을 해주는 것이지 치료가 목적은 아니다. 사주를 경시해도 안 되지만 맹신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정리=김필규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