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항만청장-수술급한 해양행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서해페리호 침몰사고를 계기로 해양행정을 일원화하자는 여론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최근 光陽灣 벙커C油 유출사고.서해페리호 침몰사고등 대형사고가 잇따라 터지면서 해양행정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원래 항만청은 집행기능만 지니고 있는 다른 外廳과는 달리 정책을 입안.결정하는 기능까지 지니고 있다.그러나 국무위원 자격이 없는 청장은 정책의 최종 결정단계인 국무회의에 참석할 수 없어 정책立案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기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독자적인 해양정책을 펴려고 해도 국무회의에까지 案을 올리기 힘든데다 중간중간 시어머니격인 교통부의 눈치를 살펴야 했다.
더구나 교통부는 육상과 항공에 매달리다보니 바다는 항상 뒷전으로 미룰수 밖에 없다.이 때문에 사고위험성이 큰데도 근본대책을 마련하지 못했고 사고가 나도 신속하게 수습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게 됐다.
이에 따라 우선 장관급의 해양산업부를 신설하는 안이 제시되고있다. 이는 그동안 정부조직개편이 거론될 때마다 단골메뉴로 올랐으나 관계부처간의 이해가 엇갈려 번번이 좌절되곤 했다.그러나金泳三대통령이 해양산업부 신설을 선거공약으로 내놓은데다 최근 사고수습과정에서 해양행정의 비효율성이 드러나면서 다시 검토되고있다. 관계당국에 따르면 다음달 중순 교통부장관이 국무총리에게교통안전종합대책을 보고하면서 해양산업부의 신설방침이 거론될 것으로 알려졌다.
해양산업부가 만들어질 경우 항만청.해양경찰청.건설부.수산청등으로 흩어져 있는 업무가 모두 일원화돼 효율성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작은 정부에 위배된다는 비판이 있기는 하지만 업무를 정비하다보면 오히려 중복돼 있던 조직과 인원이 줄어드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해양산업부 신설이 구체적으로 언제 어떻게 이뤄질지는 누구도 예측하지 못하고 있다.우선 12월까지 국회에 정부조직법개정안을 제출하려면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최고통치권자의 결심만얻어내면 못할 것도 없지만 정상적인 경우라면 힘들다.
또 정부내에서도 지금은 조직개편의 타이밍이 아니라는 공감대가형성되고 있다.가뜩이나 술렁거리는 공무원들이 또다시 조직개편으로 흔들리게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관할부처간에 엇갈리는 이해관계도 문제다.업무를 넘겨주면 결국자리와 예산을 빼앗기는 꼴이므로 어느 부처도 달가워하지 않고 있다. 당사자인 항만청은 部로 격상되기를 바라고는 있으나『조직개편과는 별도의 차원에서 오염방재.기상예보.해난구조등 각종 관련업무가 일원화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만 공식입장을 밝히고 있다. 〈昊〉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