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년까지 50만명 감원필요-유럽 자동차산업 비밀보고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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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유럽의 자동차 산업은 일본 생산성의 3분의 1에 지나지 않으며 이에 따라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2000년까지 50만명의 고용인원을 줄이고 전면적인 구조조정에 나서야 한다는 내용의 한 비밀 보고서가 최근 밝혀졌다.
이 비밀보고서는 EC(유럽공동체)위원회에 제출하기 위해 작성된 것으로 유럽의 승용차 생산업자들은 생산성에 있어서 이미 경계수준을 넘어섰으며 부품생산업자들은 일본자동차산업 생산성의 3분의1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유럽자동차 부품산업을 위한 발전적 도전」이라고 이름 붙여진이 보고서는 보스턴 컨설팅그룹이 작성한 것으로 EC의 산업지침서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94만명에 달하는 유럽 자동차산업 종사자들은 2000년까지 40% 이상 줄여야 하며 그렇게하더라도 현재 벌어진 일본과의 생산성 격차를 절반정도 회복할 수 있을 뿐이라는 것.이러한 조치가 유럽의 자동차산업 회생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고 이 보고서는 표현하고 있다.
다음달 중순에 열릴 예정인 EC의 산업장관회의에서 발표될 예정인 이 보고서는 유럽의 자동차산업이 이미 커다란 혼란에 빠져있다며 깊은 불황과 일본.미국의 자동차회사와 경쟁하기 위해서는산업구조를 재조정하고 장기적인 프로그램을 작성 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폴크스바겐.푸조.피아트 등 유럽의 자동차회사들은 이미올들어 적자를 보았으며 이를 줄이기 위해 감원을 실시하고 있는상황이다.생산회사들의 문제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부품회사들의 경쟁력인데 유럽 자동차의 경우 60~70%가 외부에서 조달되는부품이기 때문이다.
이 보고서가 특히 중요하게 지적하고 있는 분야는 생산성으로 일본 자동차회사의 경우 유럽 경쟁사에 비해 30% 정도의 생산성 우위를 점하고 있으나 부품산업의 경우에는 무려 2.5배나 우수하다는 것이다.
부품산업의 이윤도 지난 88년부터 꾸준히 하락해 왔는데 이는수요 감소와 가격의 하락,치열한 경쟁 등이 주요 원인이며 부품산업의 구조조정을 불가피하게 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가능한 대안으로 산업의 구조조정을 위해 EC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이 역할은 근로자들을 교육시키고 표준화 작업을 주도하며 연구개발을 촉진하는 것 등이다. 유럽의 유명 자동차메이커들은 올들어 대폭적인 판매 감소를 경험하고 있는 폴크스바겐의 경우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총판매량이 21%나 줄었고 최근에 합병을 선언한 르노-볼보의 경우 15%나 감소했다.
이와함께 피아트는 21%,푸조는 15%가 감소했는데 전반적으로는 수요감소가 가장 큰 원인이나 미국의 빅3나 일본자동차회사보다도 판매감소가 두드러진 것은 이 보고서가 지적한 생산성의 문제가 큰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 자동차회사의 평균 판매감소는 11.8% 였으며 GM은 10%,포드는 14%를 각각 경험했다.
이 보고서는 구조조정과 감원조치가 이루어지더라도 일본의 생산성을 따라 잡기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평가했다.
왜냐하면 일본의 생산성은 지난 10년 동안 연평균 5~6%의성장을 보이고 있어 이를 추격하기란 불가능하고 단지 생산성의 갭을 절반정도에서 줄일 수 있으면 시장에서의 경쟁이 가능하다는설명이다.
〈金祥道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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