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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선장/살았나 죽었나/검찰서 지명수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섬에서 봤다” 목격자 여러명/생존설/수영 잘하나 돌풍엔 맥못춰/사망설/사체 못찾으면 영구 실종자로
침몰된 서해페리호의 선장과 선원들은 어디로 갔나.
살아서 은신중인가,아니면 캄캄한 해저에서 다른 승객들과 함께 인양을 기다리고 있는가.
서해페리호가 침몰한지 4일째인 13일 시체인양작업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선원들의 생사여부가 명확히 가려지지 않아 갖가지 소문만 무성하게 번지고 있다.
특히 검찰은 선장 백운두씨(56)와 갑판장 최정만씨(42) 등 일부 승무원이 살아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실종선원 7명 전원에 대해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로 전국에 지명수배,이같은 궁금증을 증폭시키고 있다.
생존설의 설득력있는 근거는 이들이 모두 섬에서 자라 웬만한 파도에도 2∼3시간 바다위에서 버티며 수㎞ 거리를 헤험쳐 갈 수 있는 「물개」라는 것이다.
따라서 일반 승객들이라면 몰라도 이들중 최소한 한 두명쯤은 살아있을 가능성이 높다는게 현지 위도 주민들의 판단이다.
여기에 구조된 67명과 인양시체 89구중 선원은 단 한명도 포함돼 있지 않았고,조타실 등에서도 시체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이 생존·은거·도피설 등 갖가지 소문에 신빙성을 더해주고 있다.
『백 선장을 똑똑히 봤다』는 이 마을 최문수씨(33·어선 유진호선장)는 『사고 당일 낮 12시쯤 승객들을 구조해 파장금항에 들어왔을 때 백 선장이 감색제복에 검정 구두를 신고 한손에는 모자를 든채 선적을 알 수 없는 배위에 서 있었으며,옷도 물에 젖지 않은 상태에서 항구에 내렸다』고 증언하고 있다.
또 일부 주민들도 『구조선에서 내려 침통한 표정으로 위도로 들어갔다』 『구조선위에 서있는 것을 봤다』고 주장했다.
선원들의 소재를 추적중인 정주지청 임상길검사는 『목격자들의 진술내용이 일치하고 있어 백 선장이 살아있을 가능성이 많다고 보고 지명수배 및 소재파악을 벌이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경찰은 또 수사팀을 위도로 보내 백 선장 등의 가족들을 상대로 수색작업을 펴고 있다. 그러나 선원들이 살아있을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희박하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우선 사고당시 돌풍과 함께 4∼5m의 높은 파도가 일어 아무리 수영을 잘한다고 하더라도 맨몸으로는 육지까지 헤엄쳐 갈 수 없다는 것이다. 구명보트를 이용해 육지에 상륙했을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구명보트가 스스로 이동할 수 있는 동력이 없고 ▲오랜시간 바다위를 표류할 수 밖에 없어 구조선이나 헬기에 발견됐을 것이란 점에서 설득력이 약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여하튼 백 선장을 비롯한 선원들은 현재 사망도 생존도 아닌 「실종」 상태다.
이같은 상황에서 12일 위도에서 30㎞ 정도 떨어진 전남 영광군 앞바다 송이도에서 서해페리호의 25인승 구명보트가 발견됐고,격포항에서도 구명보트 1개가 발견돼 선원들이 구명보트를 이용해 육지에 상륙했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그러나 만약 살아있지 않다면 1차 시체인양작업이 끝난뒤 어느정도윤곽이 드러날 수 있겠으나 시체를 찾지 못하는 영구실종자로 남게 될 경우 소문만으로 끝날 가능성도 높다.(부안=박종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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