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회원국 급증 유엔이 비좁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국제외교의 상징인 뉴욕의 유엔본부 건물이 최근 신규회원국들의연이은 가입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유엔건물은 지난 52년 개관당시 회원국 51개국에 맞춰 설계됐다.그러나 10월 현재 회원국이 1백84개국으로 늘어나면서 본회의장 의석과 사무실등이 턱없이 모자라게 된 것이다.유엔측은임시방편으로 비좁아진 회의장에 의자를 끼워넣고 칸막이를 설치해임시사무실을 마련해 왔지만 이것도 이제는 한계상황에 이르렀다는것이다.한때 탁트인 공간을 자랑하던 스칸디나비아式 본회의장은 이제 뉴욕거리 만큼이나 번잡해졌다.유엔 시설관리 담당자들은 회의장에 신규가입국들의 외교단석을 설치하기 위해 앞쪽으로는 연단바로 밑까지,뒤로는 널찍했던 방청석을 줄여가며 의자를 추가로 배치했다.
이같은「자리부족」사태는『모든 유엔회원국은 본회의장에 6개석을갖는다』는 유엔 의전규정 때문에 더욱 악화되고 있다.
사무실 부족도 큰 문제다.신규가입국들이 한 사무실을 칸막이로쪼개서 함께 사용하고 있는 경우도 흔히 볼 수 있다.
타지크의 라킴 카유모프 대사는『사무실로 손님이 찾아올때 가장곤란하다』며『사무실에 앉을 자리가 없어 라운지에서 외빈을 접견한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건물내 시설배정을 책임지고 있는 이고르 노비첸코 유엔 의전담당관은 이같은 문제 때문에 새로운 회원국이 유엔건물에 입주할 때마다 괴롭다.그는 지난 18개월동안 17개국을 새로 맞으면서부대시설을 마련하느라 비지땀을 흘렸다.더욱이 지 난달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간 평화협정 조인으로 조만간 팔레스타인 대표부가 유엔에 가입할 전망이며 통가.키리바시등 남태평양 小國들도 유엔진출을 노리고 있어 노비첸코 의전관은 당분간고민거리가 이어질 것같다고 설명했다 .
유엔내 일각에서는 과밀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새로운 건물이나 별관을 건설하자는 의견도 있다.그러나 최근 회원국들의 유엔기부금 체납으로 재정파탄 위기에 몰린 유엔이 거액을 들여 신청사를건설한다는 것은 생각할 수 없는 일이라는게 중론 이다.
때문에 유엔건물내의「구겨넣기式」공간확보 노력은 당분간 지속될것으로 보인다.
〈李碩祐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