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국회 발언대] FTA비준 홍보·설득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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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국회 발언대'는 인터넷 중앙일보(www. joongang. co. kr)의 이슈 토론마당인 '나는 디지털 국회의원'에 네티즌 논객들이 올린 글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편집자]

한국과 칠레 간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국회 비준이 무산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유일하게 FTA를 한 건도 체결하지 않은 나라가 한국이라고 한다. 한국은 국내 생산과 소비로 모든 경제활동을 충족하는 게 불가능한 나라다. 석유 한방울 나지 않는 한국이 살 길은 일류 기업을 키우고 수출을 늘리는 길뿐이다. 그런데 왜 이토록 FTA 비준이 어려운가. 정부의 설득 부족과 일부 농민 단체의 막연한 위기감, 그리고 총선을 앞두고 이해득실만 따지는 정치권 때문이다.

지금 각국은 서로의 이해관계에 따른 짝짓기에 여념이 없다. 세계무역기구(WTO).뉴라운드 등으로 국가 간 무역 장벽은 점점 허물어져 간다. 이런데도 우리는 국제 사회의 외톨이를 자초하려 한다.

FTA 체결 때는 자국의 손실은 최소화하고 이익은 극대화하려고 노력한다. 자국의 주력 수출품에 대해선 최대한 좋은 조건을 얻어내려 하고 상대적으로 피해를 보게 될 산업과 관련해선 특례조항을 만들어 보호하려는 것이다. 한국도 칠레가 주로 수출하는 포도와 배.사과 등을 특례조항에 포함해 아예 개방 품목에서 제외시켰다. 우리 농업에 민감한 나머지 농산물 4백여종도 재협상키로 했다. 이렇게 좋은 조건으로 체결된 칠레와의 협상조차 발효시키지 못하는 상황에서 앞으로 있을 일본.미국.동남아 각국 등과의 첨예한 이해관계를 어떻게 조정해 FTA 협정을 체결할지 답답하기만하다. 농민들이 반발하는 이유는 충분히 수긍한다. 정부의 농업정책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과 정책적으로 소외당한 데서 오는 상대적 박탈감 때문일 것이다.

FTA 비준을 위해 정부는 먼저 수천억원의 농업 지원책을 마련하고도 그 실질적인 혜택이 어떻게 개별 농민에게 전달되는지에 대한 홍보와 설득이 미흡했던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아울러 소득 손실분에 대한 근본적 보전 대책도 마련돼야 한다. 특히 생산 지원과 함께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토록 해주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농사를 아무리 잘 지어도 항상 불안정한 판로가 농민들을 궁핍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우리 기업들이 활동할 수 있는 시장을 넓혀줘야 한다는 게 FTA가 필요한 가장 확실한 이유다. 아니, 오히려 FTA를 시장을 넓히는 차원이 아닌 좁아지려는 시장을 지키자는 측면에서 이해해야 한다.

김재홍 중앙 디지털국회 논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