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어디로가나>4.옐친 타협배제..무력사용엔 신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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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이제 상황은 과연 옐친이 무력을 동원해 의회건물을 장악할 것이냐 아니냐에 집중되고 있다.
이러한 관심은 앞으로 옐친이 제시한 정치일정이 무사히 진행될수 있느냐는 의문과는 상관없이 모스크바에서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 자칫 잘못될 경우 유혈을 촉발할 수 있고 그럴경우 사태는 걷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기 때문이 다.
모스크바 군사소식통들,외교가의 소식통들은 아마도 옐친이 작전계획을 수립해놓고 시간을 기다리는 것 같다는 전망을 하고 있다. 24일 오후부터 모스크바시 트리부나 광장에 집결해있는 수백명의 병력은 여전히 진주한 자리에 그대로 있고 의회를 지지하는세력들의 움직임도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밤 사이의 斷電과 옐친측에 의한 습격의 공포 속에서 대부분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 의원들과 지지자들은 상당히 지치고 피곤한모습을 보이고 있다.의회 바깥을 러시아 내무부의 최정예부대인 제르진스키 요원들이 장악한 가운데 의회쪽으로 가 는 통행을 철저히 차단하고 있어서인지 새벽사이에 의회주변을 빠져나간 흔적들이 보이고 지지자들의 숫자도 5백~6백명으로 줄어들었다.
의원들의 의견도 갈라지는 듯한 느낌을 보여주고 있다.
하스불라토프는 의회가 저항할 수 있는 무기는 헌법과 정의라고주장했지만 의원들 사이엔 국방장관.보안장관.내무장관이 임무를 적극적으로 수행하지 않고 있다며 의회를 정부의 공격으로부터 방어할 대책을 밝히라는 요구가 퉁명스럽게 나오기도 한다.
이러한 가운데 아찰로프 국방장관은 장교연맹등이 중심이 돼 약1천명의 방어부대가 결성됐으며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부터 의회를 지지하는 지지부대가 밤 사이 모스크바에 도착했고 시베리아에서도이미 모스크바를 향해 지지부대가 밤 사이 출발 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분위기를 전체적으로 볼때 옐친대통령이 승리에 대한 자신감에 차있고 단지 어떻게 유혈을 피하면서 의회를 해산시키는가에 골몰하고 있지 타협할 생각은 없는 것 같다고 분석하고 있다.
또 이러한 옐친의 생각에는 현재 정부 바깥에 있지만 그의 1급 참모역할을 하고 있는 겐나디 부르불리스 전 국가서기의 역할이 크게 작용하는 것같다는 분석을 하고 있다.
만약 사태가 악화되어 옐친측이 무력을 행사해야겠다고 생각할 경우 사용할 수 있는 병력은 제르진스키 사단외에 모스크바에서 2시간 정도 거리에 위치한 타만스키 탱크사단등이 있고 내무부 산하 병력.크렘린 직할 부대등이 있다.
따라서 의회측의 아찰로프 장관이나 바라니코프 장관등이 밝힌 것처럼 장교연맹의 의회군 지지병력 1천명,의회수비대 2천명,구KGB군중 바라니코프가 자신을 지지한다고 밝힌 병력 7천명,상트페테르부르크와 시베리아에서 합류한다고 하는 병력 등을 그대로믿어준다해도 숫자나 전력에서 의회군이 압도적인 열세에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들의 숫자가 의회측이 주장하는 것보다 적다고 해도 무력충돌 이후의 상황은 급변할 수 있고 옐친의 정치적 부담이 워낙 커 다음번 총선이나 대선의 악재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무력사용의 가능성은 줄어든다고 전망할 수 있다.
따라서 현재는 돌발적인 상황이나 국민감정을 격화시키기 위해 의회측이 전격적인 기습전등을 하지 않는한 본격적인 작전이 시작되기 위해서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분석들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무력 사용에 대해서는 옐친진영내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으며 적어도 25일 오후까지는 대규모 군중시위를 조직,의회를 국민의 여론으로 압박하자는 안이 유력하다.
[모스크바=金錫煥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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