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문민정부」 시범보이기/김 대통령의 약국휴업사태 해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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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약사 비난여론 확인후 초강경/예정된 회의 「긴급」소집 효과 극대화
김영삼대통령이 약사휴업사태에 대응해온 과정은 3단계다.
김 대통령은 ▲당사자간의 자율적 조정 및 해결을 지켜봄으로써 정부의 「인내」하는 모습을 보이고 ▲아울러 정부의 중재노력도 병행하면서 ▲여론의 지지를 받는 단호한 대응책을 구사했다.
유연한듯 하면서도 필요한 확실한 시점에 결연한 자세를 보임으로써 약사측의 무리수를 일거에 무너뜨린 전술이라 할 수 있다.
의약분쟁은 금년내내 계속돼온 고질적인 집단이기주의의 대표적 사건이다. 한의사와 약사간의 첨예한 이해대립과 정부의 미숙한 업무처리는 사태를 더욱 악화시켰다.
한약분쟁에 대한 언론논조와 민심동향을 면밀히 지켜본 김 대통령은 이를 이번 한약분쟁의 해결뿐 아니라 집단이기주의에 본때를 보일 호기라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김 대통령은 24일 황인성 국무총리를 청와대로 불러 약사들의 처사는 『타개해야할 한국병중의 한국병인 집단이기주의』라고 강력히 비판하고 법이 허용하는한 강경대응을 지시했다.
이에 따라 청와대 관계자들은 슈퍼마킷의 의약품판매 허용은 물론 주동자 사법처리,민방위동원령 등의 검토방안을 흘렸다. 황 총리는 긴급 관계장관 대책회의를 소집했다.
세를 업었을때 정신없이 몰아치는 김 대통령 특유의 문제해결 방식이 여실히 적용된 것이다.
김 대통령은 특히 이 과정에서 우유부단한 모습으로 국민적 비판과 비아냥을 받아온 6공과 다른 「강한 정부」라는 것을 국민에게 확실히 보여줄 필요성을 느꼈다는 것이다. 여론에 밀리는 약사들의 휴업이라는 무리수를 기민하게 낚아챈 것이다.
이번 의약사태는 또 김 대통령이 홍보기술과 인사운용 등의 단면을 보여줬다. 청와대는 분쟁이 장기화·악화되자 이는 기본적으로 과거정부의 의약법 개정안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책임을 6공에 전가했다.
또 김 대통령은 24일 황 총리와 정례면담을 하기로 일정이 잡혀있었는데도 「긴급호출」 했다고 발표했다. 관계장관 대책회의에도 「긴급」의 꼬리표가 붙어 무언가 정부가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당사자들은 물론 국민에게도 강하게 인식시켰다.
청와대측은 보사행정의 난맥과 무능력에 대해 아주 못마땅해하면서도 개각이 없다고 거듭 천명했다. 이것은 같은 「식구」로 있는한 그에게 힘을 주어 일을 맡긴다는 김 대통령의 인사운용방식이라는 것이다.
청와대는 사태가 예상한대로 잘 풀려나가자 매우 고무되어 있다. 따라서 이번 사태처리 과정 및 결과는 앞으로 발행할 비슷한 사태의 대응에 있어 한 교범이 될 것이라는게 중론이다.<김현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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