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과정 중앙당 입김 줄인다/민주 제출 정당법개정안 내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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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의원후보 지구당서 투표로 뽑거나 확정/일부선 “지구당 위원장 기득권 강화” 반발
국회의원 등 공직선거 후보를 공천할때 중앙당 지도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지구당 등 하급기관의 의견을 반영토록 하는 정당법 개정안을 민주당이 16일 국회에 제출했다. 민주당 정당법 개정안은 대통령·국회의원·시도지사·지방의회 의원 등 각급 공직선거 후보선정 또는 확정에 있어 상향식 의사전달 과정을 거치도록 하고 있는 것이 핵심이다. 현행 정당법은 정당의 공직후보 추천에 대해 『민주적이어야 한다』는 포괄적인 규정만 있을뿐 그 민주성을 보장하는 구체적 내용에는 언급이 없다.
민주당은 개정안에서 공직후보 선정 또는 확정을 반드시 해당 대의기구에서 비밀투표를 통해 의결한다는 민주적 실천방식을 담고있다.
예컨대 지역구 국회의원의 경우 지구당 대의기구인 대의원 대회에서 비밀투표를 통해 후보를 뽑거나 아니면 중앙당에서 공천한 사람을 지구당의 비밀투표로 확정한다는 것이다. 이른바 상향식과 하향식의 절충이다.
또 대통령과 전국구의원 등 전국을 선거구로 하는 공직후보의 경우 선정 또는 확정단계에서 중앙당의 대의기구인 전당대회나 중앙위원회의 의결을 거치도록 했다.
민주당의 개정안은 또 하나 주목할만한 것은 이 공천과정에서의 금품수수 행위를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을 신설했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행위가 적발될 경우 2년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벌칙조항이다.
지금까지 정당,특히 야당의 공천과정이 지도부 몇몇 사람의 나눠먹기식으로 된 전례가 적지 않았음에 비추어볼때 상향식 의사전달이 가미된 민주당의 개정안은 앞으로 정당풍토 변화의 전주곡으로 볼 수 있다. 이 개정안 마련을 주도한 박상천의원은 『이 안이 실현되면 정당모습에 획기적인 변화가 올 것』이라고 단언했다.
특히 공천과정의 금품수수 행위에 대한 처벌조항을 신설한 것은 선거나 정치자금 수수에서의 깨끗한 정치실현 못지않은 내용으로 평가된다.
박 의원은 『돈으로 표가 나오는 폐단을 제거해 나가는 깨끗한 정치개혁의 수순이 여기에 포함되어 있다』고 강조한다.
정치개혁특위 위원장인 조세형 최고위원은 『공천과정에서 중앙당의 역할이 대폭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하고 『특히 전국구의원 공천에서는 자의적인 후보 결정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개정안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않다.
우선 지구당에서 후보공천을 결정하게 된다면 그간 대의원 선출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해온 지구당 위원장들의 기득권만 보장해주는 셈이 되고 따라서 새로운 인물영입의 본래 의도도 퇴색된다는 지적이 있다.
또 하나는 정치자금 마련이 여당에 비해 상대적으로 어려운 야당입장에서 전국구후보 등으로부터의 헌금공천 유혹을 떨쳐버리기 쉽겠느냐는 것이다. 조 최고위원은 『이 정당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도록 노력하겠지만 그렇게 되지 않더라도 그 법안내용은 민주당의 당헌·당규 개정의 방향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개정안에 반발하는 일부 중진의원들은 『그 안대로 법개정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그때는 다시 당론을 집약해야 한다』고 반대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개정안대로 공천과정의 하의상달이 실현되면 계파 보스들의 공천행사권이 제약받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기 때문이다.<박영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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