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기 피격때 동서 핵전위기/영 가디언지 보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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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쿠바사태보다 더 심각/냉전 30년간 가장 위험
【런던 로이터=연합】 지난 83년 구 소련의 KAL기 격추사건 당시 세계는 전면적인 핵전쟁에 휩싸일 뻔한 위기를 겪었었다고 영국 가디언지의 전 모스크바주재 특파원이자 작가인 마틴 워커가 13일 밝혔다.
워커는 이날 가디언지에 실린 국제 냉전사에 관한 기고문에서 구 소련의 극비 전통문을 인용,『냉전기간중 모스크바의 소련비밀경찰(KGB)이 서방에서 암약중인 요원들에게 공격 임박에 대비,안전조치를 강구토록 하라는 내용의 급전을 보낸 경우는 이때를 포함해 두차례밖에 없었다』면서,특히 83년 구 소련 공군기의 KAL기 격추사건은 냉전 30년 역사를 통틀어 동서 양진영을 핵전면전 일보직전까지 몰고간 가장 위험한 순간이었다고 회고했다.
워커는 『세계를 핵전쟁 문턱에까지 몰고갔던 첫번째 사건은 지난 61년 발생한 쿠바 미사일위기였다』면서 『그러나 거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바로 지난 83년 9월 발생한 KAL기 피격사건으로 인해 세계가 쿠바위기 때보다 한층 심각한 상황을 맞이했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83년에 들어서면서 당시 로널드 레이건 미 행정부가 유럽에 신형 핵미사일 배치를 위한 계획을 추진하고 우주방위전략인 이른바 「스타워스」 구상을 발표함으로써 야기된 모스크바 당국의 긴장은 소련공군기들의 KAL 007기 격추사건이 터지면서 절정에 달했었다고 말했다.
구 소련 정부는 당시 KAL기 격추사건에 대해 서방측이 격렬하게 비난공세를 퍼붓고 나서자 이 사건을 계기로 서방측이 대소 핵공격을 단행하려 전열을 정비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KGB본부가 서방에 밀파된 산하 요원들에게 『몰리냐』라는 급전을 타전했던 것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워커는 당시 소련지도자들로서는 그해 11월로 예정됐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합동군사훈련이 전면적인 대소 핵공격을 위한 구실인 것으로 우려했었다면서 소련 지도부가 이처럼 판단한 것은 당시 NATO 합동군사훈련에 의외로 레이건 미 대통령이 초청받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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