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도 「과거청산」 시동/국정조사 쟁점과 여야 전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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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김빠진 현안” 새로운 증인찾기 고심/야/정국주도권 야에 뺏길까 “뒷다리 잡기”/여
여야가 27일 12·12사태 등에 대한 국정조사계획서를 확정함에 따라 새 정부 출범이후 논란이 돼온 과거청산작업이 국회에서도 다뤄지게 됐다.
그러나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대통령 조사여부가 잠복 쟁점으로 남아있고 조사기일 촉박 및 여당측의 소극적·방어적 태도 등으로 실질조사가 이뤄질지는 극히 회의적이다.
물론 국정조사 자체가 지니고 있는 일종의 「흥행성」 때문에 야당측의 효과적이 조사자세에 따라선 정국의 새 현안으로 증폭될 소지도 있다. 그러나 12·12사태의 경우 5공청문회 이래 여기저기서 다뤄와 신선도가 떨어지는데다 율곡사업 및 평화의 댐 역시 이미 감사원 주도로 김이 많이 빠진 상태여서 관객을 끌어모으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민주당측은 여론의 반향을 끌어내기 위해 새로운 인물 및 증언찾기에 골몰하고 관심을 모을만한 장소에 대한 현장검증 등 피상적 공세를 펼칠 태세다.
반면 민자당측은 이 문제로 정국주도권이 야당으로 넘어가거나 무기력한 야당에 힘을 주게되는 상황을 원치않기 때문에 뒷다리작전을 구사할 것 같다.
국방위에선 민주당측이 12·12사태에 44명,율곡사업이 94명의 증인과 참고인을 요청했고 총리공관·특전사·육군 참모총장공관 등 4개소에 대한 현장검증까지 계획하고 있다.
야당측은 12·12사태 조사에선 ▲경복궁 회의전모 ▲9사단 병력의 서울진입과 활동상황 ▲군지휘부의 움직임 ▲기타 병력이동과 총격상황 ▲대통령 재가과정 등을 짚어가며 「쿠데타적 사건」이 아니라 불법쿠데타는 결론을 이끌어낼 참이다.
이 과정에서 함수부측 핵심인사이기 때문에 참고인 등으로 거론되고 있는 허삼수·허화평·박준병·정호용씨 등 민자당의원들은 한때 증언내용과 수위를 놓고 상당한 고민에 빠졌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이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12·12사태의 불가피성을 역설할 경우 당총재인 김영삼대통령의 「하극상에 의한 쿠데타적사건」 평가를 정면 반박하는 셈이 되는데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12·12사태의 불법성을 시인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민주당이 이들 민자당의원들의 증인채택을 추진한것 자체가 적진분열을 노린 정치적 계산도 깔려있다고 볼 수 있다.
율곡사업의 조사초점은 FA­18을 F­16으로 변경한 경위와 그 과정의 로비의혹.
야당측은 방산업체는 관계자들을 대거 증인으로 채택해 국내업체들이 선정과정에 입김을 불어넣었는지 여부도 조사할 방침인데 이 때문에 굴지의 대기업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상훈·이종구 전 국방장관과 김종휘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등을 증인으로 채택,이들이 나올경우 새 인물 이란 점에서 일반의 관심을 모을 수 있을지 모르나 두 이 전 장관은 구속중이라 출석여부가 논란대상이다. 김씨는 해외체류중이어서 산뜻한 증언을 듣기는 기대난망인 셈이다.
건설위가 다룰 평화의 댐엔 모두 12명의 증인·참고인이 채택됐다. 그중에는 노신영 전 국무총리가 들어있어 눈길을 끌고 당시 장세동 안기부장,허문도 통일원·이기백국방·이규효 건설장관 및 이학봉 안기부2차장 등이 포함돼있다.
민주당측은 수공위협 판단동기 및 댐건설 정책결정,건설계약 등에 조사의 주안점을 둬 수공위협과장 및 정권안보활용 여부를 집중 추진할 태세다.
장세동 전 안기부장의 출석여부 역시 논란를 빚겠지만 그가 출석한다 하더라도 전두환 전 대통령의 대국민 해명서와 마찬가지로 수공위협은 실체가 있으며 순수한 안보적 차원의 결정이라고 주장할게 틀림없어 민주당측과 평행선을 달릴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사실이나 그에 따른 새로운 책임소재가 밝혀지지 않아 조사가 지지부진해질 경우 여야는 두 전직대통령 조사문제로 되돌아가 묵은 논쟁을 되풀이할 공산이 크다. 26일 여야총무는 「기타 필요한 인물」들을 추가로 증인이나 참고인으로 소환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전직 대통령 소환문제를 깨끗하게 결론짓지 못했기 때문에 논란재개는 불을 보듯 뻔하다.
무려 1백여명이 넘는 전직인사들이 증인·참고인으로 채택돼 있어 자칫 무더기 출석거부 사태와 일부 증언내용에 대한 위증시비가 예상되며 그에 따른 고발 등 사태는 엉뚱한 방향으로 흐를 가능성도 있다.<이상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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