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원 토박이 구본태 국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남북 대화를 몇몇 대화 일꾼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큰 잘못입니다』
지난 7일 통일 정책실장에서 자리를 옮긴 구본태 남북 회담 사무국장은 『남북 대화는 국민 모두가 협상 요원이라고 생각할 때 힘과 설득력을 갖는다』고 말했다.
다음은 구 국장과의 일문일답.
-통일원 인사로는 처음 남북 회담 사무국장에 발탁됐는데. 『통일원이 기관차라면 회담사무국은 그 수레바퀴입니다. 남북 대화도 통일 정책의 한 줄기지요. 따라서 국민적 합의·공존공영·민족 복리의 새 통일 정책 테두리 내에서 남북 대화 등 제반 업무를 펴나갈 예정입니다. 사실 과거 남북 대화는 국민에게 신비스럽게 비쳐진 구석이 많은 게 사실이지요. 그러나 이제는 국민적 합의 및 공개에 바탕을 둔 남북 대화를 추진함으로써 국민 개개인이 협상 대표라는 인식을 심어줄 작정입니다. 이것은 분명 문민정부의 한 징표가 될 것입니다』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과제는.
『현재 판문점에 있는 남북(북남) 연락 사무소를 서울과 평양에 설치하는 것을 제1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물론 이것은 핵 문제가 해결되고 난 이후 내다볼 수 있는 목표지만 남북간 연락 업무를 서울과 평양의 연락 대표부가 맡는 획기적인 일이지요』
-남북대화는 어떻게 풀어갈 것 인지요.
『북한의 행보에 대해 이견이 많지만 큰 줄기로 보면 변하고 있음에 틀림없어요. 바로 엊그제까지 제국주의로 매도해 왔던 미·일과의 관계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이 그 한 증좌라고 봅니다. 남북 대화도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앞으로 진행돼야 합니다. 그렇다고 대화를 위한 대화보다는 남북이 함께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복리 대화를 추진해 나갈 생각입니다』
-남북 관계 전망은.
『핵 문제가 남북간에 가로놓인 최대의 걸림돌입니다. 그러나 핵 문제가 해결되면 화해와 협력을 위한 남북 관계는 급속히 진전될 것으로 봅니다. 이에 대비한 준비도 차분히 해 나갈 작정입니다』
-남북 대화 창구로서 북측에 전하고 싶은 말은.
『이제 남북간 대화 마당은 서로를 기만하거나 선전하는 무대가 돼서는 안됩니다. 이렇게 해서는 남북 관계는 촌보의 진전도 있을 수 없어요. 남북 대화는 민족의 장래를 내다보면서 솔직하고 성실하게 임했을 때 공감대를 넓힐 수 있고, 또 생산적일 수 있다고 봅니다. 기회란 한번 놓치면 다시 만들기 힘들다는 것을 북측에 분명히 전달하고 싶습니다. 새 정부가 이미 수 차례에 걸쳐 흡수 통일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북한도 이에 상응한 자세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이산 가족 상봉 문제는 어떻게 대처해 나갈 것 인지요.
『고령의 이산가족들이 하루하루 유명을 달리하고 있습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지요. 회담사무국은 바로 이산 가족 재회라는 인도적 목적에서 출발했다고 봅니다. 가까운 시일 내에 판문점 이산 가족 면회소가 설치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