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만화 "폭력" 무조건 비판은 잘못-채성병<경기도 안양시 호계2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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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요즘 방송되고 있는 TV 만화 영화의 폭력성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과연 TV 방송국이 폭력적인 만화를 방송하지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는 식으로 단순하게 이 문제에 접근하는 것이 올바른 것인지는 의문스럽다.
TV에서 폭력성이 강한 일본 만화 영화를 방송하든, 안하든 이미 한국의 청소년들에겐 TV에서 보여지는 것보다 훨씬 자극이 강한 일본 만화가 보편화되어 있는게 현실이다. 따라서 이윤을 추구하고 있는 방송사에서 이런 청소년들의 입맛에 어느 정도 부합하는 만화 영화를 방송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만화 또한 상품이다. 우리 나라에서 일본 만화가 범람하게 된 것은 그 내용이 폭력적이냐, 비폭력적이냐를 떠나 상당히 경쟁력 있는 상품이기 때문이다.
분명 일본 TV 만화 영화는 우리 만화 영화에 없는 강점(?)을 갖고 있다. 일본 TV 만화영화는 색상이 화려하고 화면 전환이 빠르며 선이 섬세하고 매회 긴장감을 느낄 수 있는 줄거리를 갖고 있다. 요즘 같이 최첨단을 달리는 시대에 사는 청소년들에게 백설공주나 콩쥐·팥쥐식의 만화가 통하리라고 보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생각이다. 더욱이 국경이 무의미해지고 있는 개방화 시대에 수 만가지 상품의 교류, 나아가 국가간 문화 침투는 어느 정도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만약 자극적인 만화 영화를 보고 분별력을 잃는 청소년들이 있다면 그것은 분명 그런 청소년들을 양산한 가족, 나아가 사회의 책임이다. 만화 영화의 폭력성만을 피상적으로 강조하는 것은 본말을 오도할 수가 있다고 본다.
우리가 변태적이고 폭력적이라고 비판하는 만화 영화의 방송이 보편화되어 있는 일본이 오히려 우리 나라보다 성범죄 발생 빈도율이나 일반 범죄 발생 빈도율이 훨씬 낮다는 것은 바로 무엇을 뜻하는가.
다른 나라에서 만든 만화 영화 때문에 청소년들의 정서가 병드는 것을 걱정할 정도로 우리 사회가 도덕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취약한게 사실이라면 TV 방송국에서 소위 건전한 만화영화만을 보여준다고 해도 달라지는 건 아무 것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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