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정개선의 성공 요건(사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농정쇄신책이 연달아 발표되고 있다. 기업농 제도를 도입하는 농지법제정안에 이어 이번에는 쌀값의 계절등락을 허용하는 양정제도개선안이 발표됐다. 이 개선안은 쌀값 변동폭을 3∼10% 범위까지 확대하고 방출주체를 정부에서 농협으로 바꿨다. 또 2∼3년간의 예시제로 추곡 수매에 관한 국회동의를 받아 농민들이 그 값에 맞춰 생산량을 조절할 수 있게 하겠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 한마디로 수매쌀에도 시장기능을 부여하겠다는 것이다.
이같은 농정 개선안은 이중곡가폭의 확대에 따른 양특적자를 줄이는 것을 최대 목표로 삼고 있다. 비싸게 사서 농민소득을 보전하고,싸게 팔아 물가앙등을 막는 지금까지의 쌀 수매제도는 7조원에 육박하는 양특적자를 누적시키고 있다. 92년만 해도 80㎏들이 한가마를 12만6천3백원에 사서 9만6천6백원에 방출했다. 가마당 적자는 2만9천원을 넘어섰다. 이번 양정개선안은 바로 이 적자를 줄이기 위해 농협으로 하여금 쌀장사를 하게하고 계절에 따라 10%까지의 쌀값상승폭을 허용하자는 것이다.
국가재정의 커다란 골칫거리가 돼온 양특적자를 줄여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 과정에서 정부쌀에도 시장기능·가격진폭을 허용하는 것도 어쩔 수 없다. 그러나 정부가 생각한대로 과연 모든 조건이 이 개선안의 성공을 뒷받침할지는 의문이다. 오히려 양곡유통시장에 혼란이 오고 쌀값만 올려놓지 않을지 걱정된다.
첫째로 농협을 통한 쌀값 조절이 과연 3∼10%선내에서 쌀값진폭을 안정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다. 추곡수매 규모는 있는 힘을 다해 사들여도 9백만∼1천만섬 사이에 머무를 수밖에 없어 전체 생산량의 25% 남짓에 불과하다. 이번 양정개선안은 수매량의 절반을 긴급방출용으로 정부가 보유하기로 했으니 겨우 4백50만∼5백만섬으로 쌀값을 좌지우지하겠다는 것인데 과연 그것이 가능하겠는가.
둘째,2,3년간 예시를 통한 국회 수매동의방식이 과연 현실에 맞을지 의문이다. 기후 등의 생산조건이 변동하는데 따라 해마다 쌀 작황은 기복이 있게 마련인데 이것을 무시한 사전 수매가책정은 비현실적 가격이 되기 쉽다. 국회동의제도가 양정에 도움을 주는지의 논란은 차치하고라도 일단 수매가 책정은 해당연도의 현실적 여건을 최대한 반영해야 한다.
셋째,쌀값 앙등이 물가에 미치는 심리적 영향을 과소평가하면 안된다. 수매가 인상률이 6∼7%이고 거기에 3∼10%의 변동폭을 허용한다면 쌀값은 큰 진폭으로 오르게 되는데 그것을 과연 감당할 수 있을 것인가. 쌀값은 임금상승을 유발하는 큰 요인이 되고 다른 물가의 편승인상을 유발한다.
정책확정 과정에서의 이러한 문제점들을 보완한 보다 효율적인 양정개선안이 되어야 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