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총련 상반기 동향|조직 강화에 최대 역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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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해외 최대 친북 단체인 조총련은 올 상반기 중 전반적 조직 약화 조짐에 따라 사상 교육과 조직 강화에 최대 역점을 둔 것으로 나타났다.
조총련은 또 북한 경제 건설 지원을 위한 합작 사업과 첨단 기술 이전, 북-일 수교 분위기 조성 등에도 힘을 기울인 것으로 평가됐다.
이같은 사실은 민족 통일 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북한의 대남 동향 분석」이라는 논문에서 밝혀졌다.
분야별로 내용을 간추려본다.
◇사상·조직 강화=조총련이 올 1월 중앙 열성자 대회를 갖고 제시한 6개 사업은 지난해와 달리 내용 면에서 몇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
먼저 김일성·김정일에 대한 충성심 강조를 올해 수행 과업의 제1순위에 올려놓고 있는 것이다.
이는 김정일이 91년말 군 최고사령관 취임에 이어 올4 월 국방위원장에 오르는 등 사실상 김정일 체제로 전환이 시작된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조총련이 이 기간 중 김일성 회고록과 함께 김정일 선집에 대한 집중 학습·감상 발표 모임을 잇따라 갖고 있는 점이 이를 반증하고 있다.

<김정일 전집 학습>
다음으로 조총련은 일본에서의 위상 약화에 따라 재일 동포 사업 확대, 동포 기업권·생활권 옹호 투쟁 등 내부 조직 강화를 새롭게 모색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조총련은 이와 관련, 동포 방문 3개월 애국 운동과 같은 일련의 대중 운동을 계속 확대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함께 조총련이 지난 5월 최고 정책 결정 기구인 제16차 전체 회의를 열고 북-일 수교를 위한 분위기 조성 등을 활동 과제로 제시한 것도 주목을 끄는 대목이다.
이는 새로운 정세 변화에 따라 북-일 수교는 물론 대북한 경제 지원 등에 비중을 둠으로써 북한의 정책을 뒷받침하겠다는 뜻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조총련이 김일성이 제시한 「10대 강령」 실현을 위한 조직·동원 사업의 일환으로 「분회 활성화 2백일 운동」을 대대적으로 벌인 점도 특기할 사항이다.

<합작 사업 의무화>
◇대북한 경제 지원=조총련은 이미 80년대 대북한 경제 지원을 중점 과제 중 하나로 책정했었다.
특히 86년2월 김일성이 조총련 상공인의 대북 합작 사업 추진을 촉구한 이래 각 지방 상공회에 대해 1건 이상의 합작 사업을 의무화했다.
이에 따라 섬유 산업 중심에서 전자 등 첨단 산업 관련 분야로 합작이 확대되는 추세를 보여왔다.
올 상반기까지의 대북한 합작 투자는 60∼70건에 액수는 3백억엔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밖에 북한의 경제 지원을 위해 일본의 각종 물자와 과학 기술 등에 관한 자료·도서·기자재 등도 수집, 북송했다.
조총련은 이와 관련, 지난 7월 3백57개 지방 본부에 1건 이상의 각종 제품 샘플과 관련 자료를 북한에 보내도록 지시한바 있다.
조총련은 북한의 제1차 과학 기술 발전 3개년 계획이 시작된 88년에도 각종 샘플 2만점, 건설 기자재 및 공구류 6만6천점 (5억6천만엔 상당)을 북한에 보냈다.

<관광객 유치 확대>
다만 최근 조총련 상공인들이 북한 경제난이 계속되면서 조직 활동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점은 주목된다.
조총련은 또 산하 여맹 조직을 통해 올 5월 모금 운동·식품 보내기 운동을 전개했다.
이밖에 조총련이 운영하는 중외 여행사 (사장 강옥주)는 일본인·재일 동포를 대상으로 관광객 유치 사업을 대폭 확대하고 있는 양상이다.
중외 여행사는 올해 나고야∼평양간 전세기 운항 횟수를 50편, 관광객을 8천명 규모로 늘릴 계획이다.
한편 조총련은 북-일 경제인 간담회 등을 통해 일본 재계와의 교류 확대도 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영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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