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긴장 속 묘미 터득했죠"|여성앵커 체험담 출간 백지연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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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MBC뉴스, 백지연 입니다.』
매일 저녁 9시면 들리는 알이지만 이번엔 영상에 실려 오는 뉴스 멘트가 아니다.『MBC뉴스데스크』여성앵커 백지연씨(29)가 최근 자신의 목소리를 같은 이름의 책에 담아 냈다.
책 속에서 그는 평소와는 좀 다른 자신의 모습을 공개했다. 책을 보면 뉴스시간의 다소 무표정한 얼굴, 일정한 톤의 목소리로 뉴스를 전하던 백씨는 온데간데없다.
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현장에서 정신이 아득해지고 머리카락이 곤두섰던 그녀의 고생담은 뉴스에서 들을 래야 들을 수 없는 얘기. 또 외국출장에서 돌아오자마자 방송국으로 달려가 헉헉거리는 숨을 죽이고 마이크 앞에 앉아야 했던 땀 냄새 물씬 나는 에피소드는「일에 재미 붙인」쟁이의 모습을 보여준다. 『시청자들은 안방에서 편안하게 뉴스를 보지만방송이 한번 나가기까지 벌어지는「북새통」의 현장을 한번 보여 드리고 싶었어요. 비록 거칠지만 그것은 제 생활의 한복판이면서 또 생생한 역사의 현장이거든요.』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다 아름다워 보인다고 말하는 그는 스트레스가 적잖은 자기의 일을 즐긴다. 그는 팽팽한 긴장감속에서 방송을 진행하고 났을 때 느끼는 만족감을 「방송의 마약」이라고 말할 정도.
한때 92년 9월부터 노조파업에 참가, 7개월 남짓 앵커 석을 떠나야 했던 그는 그 공백을 『멋모르고 정신없이 달려왔던 걸음을 멈추고 자기를 돌아보게 한 시간』이었다고 말한다.
국제부 기자로서의 역할에만 전념할 수 있었던 그 시간이 지금 앵커로서 뉴스원고의 행간을 읽는데 보탬이 된다는 것. 또 남몰래 몇 달 동안 밤샘 작업하며 원고를 쓰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이었다.
한편 딸 부잣집인 그녀 가족의 얘기.『어머니께서 네 딸의 잠을 깨우는 확실한 방법은 옷장 문을 열었다가 쾅 닫는 소리를 내는 거였어요. 그러면 행여 누가 자기 옷을 입고 나가나 해서 모두들 후닥닥 뛰어나갔으니까요.』그녀는 옷을 놓고 가끔 다투기도 했던 언니들이 모두 출가해 지금은 심심하다고 했다. 그는 보기보다 성격이 활달하고 솔직한 편. 서울 대치동에서 부모님과 함께 사는데 가끔 주말이면 시집간 친구들을 불러내 마음껏 놀기도 한다.
연세대 심리학과 출신인 그녀는 재학당시부터 늘씬한 키(1m73cm), 빼어난 미모로 이름을 날렸으며 인기인이기 때문에 별별 구설수의 대상이 되기도 했으나 본인은 터무니없다고 입을 다문다.
시시각각 돌아가는 국내외 변화를 놓치지 않기 위해『늘 안테나를 켜고 산다』는 백씨의 꿈은 시청자들로부터『저 사람의 입을 통해 뉴스를 듣고 싶다』는 말을 듣는 앵커가 되는 것. 그녀는『나이 40에도 주름만큼 더한 무게와 깊이를 지닌 앵커로 9시면 어김없이 시청자들을 찾아가고 싶다』며 활짝 웃었다.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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