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투자 물가/“신경제 골격 유지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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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학계·재계·관계서 수정론 대두/총량지표 이미 궤도 이탈/쌀 흉작까지 겹쳐 상황 더 악화/당초 목표만 집착하면 무리수
투자·성장·물가 등 신경제의 기본 골격으로 잡힌 지표들이 출발 첫해인 올해부터 대부분 예상을 빗나갈 전망이어서 더 늦기전에 신경제의 총량지표 전망을 다시 고쳐 짜야 한다는 의견이 학계와 재계는 물론 정부 일각으로부터 나오고 있다.
벌써 빗나갈 조짐을 보이고 있는 총량지표의 「달성」에 집착하다보면 자칫 투자활성화와 경기진작을 위한 「무리수」가 나올 가능성이 크고 이는 우리 경제의 내실 다지기를 더 늦추기가 십상이라는 이유에서다.
표에서 보듯 벌써 올해의 성장·투자·물가 전망은 신경제상의 예상치와 빗나가 있고,여기다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투자동향과 최근의 이상저온으로 인한 성장·물가에 대한 악영향을 감안하면 관계당국은 올해의 수정전망치를 다시 수정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다.
산은이 지난 7월을 시점으로 조사한 제조업의 올해 설비투자 계획은 지난 2월의 조사결과에 비해 겨우 0.2% 늘어나 신경제의 투자진작 효과는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최근의 이상저온으로 쌀수확이 8백만섬 줄어들 경우 이것만으로도 올해의 경제성장은 다시 0.4%포인트 낮아지게 된다는 것이 농림수산부와 한은의 계산이다. 최근의 경기침체는 91년 하반기부터 성장잠재력과 국제경쟁력이 떨어지는 등 경제체질의 약화에 따른 구조적인 취약성과 순환적인 경기하강이 맞물려 발생한 「복합 불황」으로 진단되고 있다.
수출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우리 경제형편으로선 선진국의 경기동향 또한 커다란 변수다.
89년말부터 비롯된 선진국의 경기침체가 예년의 평균 불황기 28개월을 벌써 1년여 더 넘겼는데도 여전히 이어지면서 우리 수출신장세의 발목을 잡고 있다.
물론 경기상황의 「상대적인 회복세」는 지난 1∼2월을 고비로 지속되고 있으며 이는 지표상으로도 뒷받침되고 있다. 성장률과 공장가동률이 높아지고 재고증가율도 둔화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문제는 신경제가 높여 놓은 기대치와 실적치와의 괴리감 때문에 비관적인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새 정부는 신경제 1백일계획이 시행된 2·4분기 경제성장률을 5.2%정도로 예측했는데 정작 4.5%로 추정되자 그 0.7%포인트라는 차이때문에 많은 사람에게 실망을 안겨준 셈이됐다.
이같은 분위기가 올해는 물론 신경제 5개년계획 전체에 대한 우려로 이어지는 것은 경제의 절대적 상황이 나빠져서가 아니라 정부가 목표로 내건 기대치와 실적으로 나타나는 실제치간의 차이에서 올 상대적인 허탈감 때문이다. 기업인들의 심리적 불안감도 큰 문제다. 결국 핵심은 경기회복의 부진이 아니라 정부 스스로부터 갖고 있는 빠른 경기회복에 대한 성급한 기대감이며,그 기대감을 거의 그대로 경제기본 계획의 틀로 잡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성장이 잘해야 「낮은 5%대」로 당장 신경제계획 첫해인 올해 6% 성장목표(한국은행 5.7%로 수정전망)를 달성하기가 어려울뿐만 아니라 94∼98년 기간에도 그 목표달성이 쉽지 않으리란 예측이 강하다. 정부는 이 기간동안 성장 7%,소비자물가 상승률 3%대로 잡고 있는데 많은 경제전문가들이 6%대 성장에 4%대 물가상승을 이야기한다. 김명호 한국은행 총재도 지난달초 기자간담회에서 『의욕적인 목표를 수정하는 문제를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고통분담 차원에서라도 지나친 기대감은 바람직하지 않은데 정부 스스로 이를 만들어 놓고 「왜 안되지」하면서 걱정하고 그전보다 강한 또 다른 부양성 정책을 찾으며 초조해 하고 있는 듯하다.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은 더욱 불안해 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질 판에 「장미빛 기대」에 너무 집착하지 말고 이룰 수 있는 정정수준으로 바꾼 뒤,이 기간동안 우리 경제의 속병을 치료하고 착실하게 목표를 이뤄가며 자신감을 불어넣어야 한다는 지적이다.<양재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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