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 꿈나무 가꾸기 20∼30여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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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37년과 21년.
테니스에 열정을 바친 두 원로가 사재를 털어 테니스대회를 창설, 꿈나무들을 키워온 햇수다.
장호 홍종문옹(81)이 정년 창설한 장호배 전국 고교 우수선수 초청 테니스 대회가 올해로 37회(8월9∼13일·장충코트)를 맞았고, 소강 민관식 박사(75)가 문교부장관 시절인 73년 창설한 소강배 전국 남녀 중고등학교 대항 테니스대회는 21회(8월2∼7일·올림픽코트)가 됐다.
대한테니스협회장을 역임한 이들 원로 테니스인이 아직 한국테니스수준이 걸음마 단계였던 시절에 창설한 두 대회는 장호배가 개인전(남녀고교선수 16강 초청경기), 소강배는 단체전(학교대항)으로 중·고등학교 꿈나무들을 육성, 한국 테니스수준을 급성장 시키는데 크게 공헌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배창규(현 여자대표팀 감독) 김춘호(상무감독) 유진선·김봉수·장의종·김일순 등 한국테니스를 대표했던 선수들이 모두 이들 대회를 거치면서 성장했다.
장호배는『테니스는 기량뿐 아니라 인격이 중요한 만큼 어린 선수들이 룰을 지키는 것을 배우도록 해야한다』는 홍옹의 지론에 따라 선수들이 심판 없이 스스로 카운트하며 경기를 치르는 전통을 지켜오고 있다.
소강배는 매년 70여개의 중고등학교가 출전, 단일대회로는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데 올해는 전국에서 68개교 3백88명의 선수가 출전해 학교의 명예를 걸고 격돌하게 된다.
40세 때 뒤늦게 테니스를 배운 홍옹은 57년 장호배를 창설한 후 두차례(64∼71년, 78∼80년)에 걸쳐 무려 8년7개월간 테니스 협회장을 지내며 테니스에 정열을 바쳤다.
또 71년에는 자신의 돈을 들여 9면의 코트를 가진 장충코트를 지어 서울시에 기부 채납, 선수들이 마음놓고 연습과 경기를 할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하기도 해「테니스계의 대부」로까지 불리고있다.
54년 3대 민의원을 시작으로 문교부장관·국회부의장을 거치며 화려한 정치경력을 쌓은 소강은 60년 3대 테니스협회장으로 취임, 1년동안 협회를 이끌면서 일찌감치 테니스발전에 공헌해 왔다.
이들 원로들은 지금도 틈만 나면 테니스를 즐길 뿐 아니라 KAL컵·데이비스컵 예선·한국 테니스 서키트대회 등 중요경기에는 직접 나와 선수들을 격려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손장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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