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콜레스테롤 수치 지나치게 신경 쓰지 말도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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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의 상승이 동맥경화증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은 흡연과 폐암의 관계만큼이나 상식이 되어버렸다. 콜레스테롤은 세포막과 호르몬을 만드는데 기본이 되는 물질이지만 지나치게 많으면 수도관 안에 녹이 끼듯 혈관 안에 침전물을 만들어 혈액의 흐름을 방해하고 심장병(관상동맥질환)·중풍(뇌경색)등의 성인병을 일으킨다.
그러나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다고 해서 반드시 동맥경화증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고콜레스테롤혈증」은 흡연·고혈압·당뇨병·비만증·스트레스와 같은 동맥경화증의「위험인자」중 하나일 뿐이다. 위험인자를 가진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동맥경화증이 잘 생길 수 있다는 의미가 되며, 위험인자의 수가 많을수록 이는 가속화된다.
미국에서는 혈중 콜레스테롤을 떨어뜨리는 노력으로 심장병 사망률을 30%나 줄일 수 있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된바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콜레스테롤을 성인병의 적으로 생각하여 지방 섭취와 콜레스테롤이 많이 함유된 음식을 기피하는 사람들이 늘고있는 추세다. 그러나 심장병으로 사망하는 인구가 우리나라의 20배가 넘는 미국과 우리는 사정이 다르다. 미국인들은 하루 섭취열량의 40%이상을 지방에서 얻고 있으며 지방섭취를 30%로 줄이는 것이 목표다.
우리나라의 경우 전체 열량의 약 20%를 지방에서 얻고있다. 콜레스테롤 섭취도 미국인들의 절반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나라 성인의 평균 혈중 콜레스테롤치 역시 1백80∼1백90㎎/㎗정도로 성인의 60%가 2백을 넘는 미국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조차 5년에 한번 측정하도록 권하는 혈중 콜레스테롤치를 1년이 멀다하고 측정 해 보는「건강염려증」환자들이 많다.
혈중 콜레스테롤의「정상치」를 물어오는 사람들도 많은데 일반적으로 권하고 있는 2백㎎/㎗미만 수치에서도 심장병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이를 정상치라 할 수는 없다. 수치가 높을수록 심장병 발생 가능성은 높아진다. 그러나 2백20을 넘게되면 발병률이 급격히 상승하므로 콜레스테롤 수치는 가능한 한 낮게 줄이는 것이 좋으며 2백미만이 가장「안전하다」는 의미로 이해해야 한다.
최근 우리나라도 생활수준의 향상과 식생활의 서구화로 심장병 사망률이 최근 10년 사이 다섯배 이상 늘어 동맥경화증의 급격한 증가를 예고하고 있다. 2백이 넘는 사람은 담당의사와 상담하여 수치를 줄일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야 한다. 그러나 2백미만인 대부분의 사람들은 콜레스테롤의 공포로부터 벗어나도 좋다.【박용우<고려병원 가정의학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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