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푸는 모습」 비칠까 일정단축/김 대통령 내주 후반쯤 휴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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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1순위” 청남대,전­노씨 이미지 남아 시큰둥/비서관들 “금싸라기 휴식”으로 설레는 가슴
지난 5개월동안 신정권의 기반을 다지느라 숨돌릴 틈없이 달려온 김영삼대통령과 청와대 참모들이 모처럼의 여름휴식을 눈앞에 두고 있다.
청와대 사람들에게 며칠간의 여름휴가는 소중한 재충전의 기회가 될 것 같다.
김 대통령과 수석·일반비서관들은 지난 5개월간 그야말로 개혁질주속에 뒤 돌아볼 겨를이 없었다.
○…김 대통령은 내주후반 1주일정도 지방에서 휴가를 보낼 작정이다. 전두환·노태우 전임대통령의 2주일보다 절반으로 줄였다.
YS측근이나 경호실 관계자들은 그동안 현대노사분규라는 뜨거운 현안과 휴가지 장소선택 때문에 선뜻 결론을 내리지 못해왔다.
김 대통령은 처음엔 『3∼4일 정도만 가겠다』 『2∼3일은 갔다오고 며칠은 그냥 청와대에서 쉬겠다』는 등 자신의 휴가가 「긴장을 푸는 모습」으로 비쳐지는 것을 꺼렸다. 또 지방으로 간다면 제1의 선택은 청남대인데 YS는 이곳을 별로 탐탁지 않게 여긴다고 한다. 그곳은 전·노 전 대통령의 이미지가 투영되어 있고 골프를 안친다면 청남대는 다소 지루한 곳이 될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장소로는 진해 앞바다의 청해대(저도)가 있으나 지난 5월 일반에게 개방되어 경호상 어려움이 있다. 제주 도지사공관도 괜찮으나 경호면에서 보면 청남대만 못하다.
따라서 측근이나 경호실은 김 대통령이 안전하고도 다채롭게 휴가를 보낼 수 있도록 비밀코스 개발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YS의 서울체류에 대해선 수석비서관중 상당수가 『정상적인 휴식이 아니며 부하직원들에게 좋지않은 영향을 미친다』고 반대했다는 것이다. 한 수석비서관은 22일 저녁 김 대통령에게 『언론에 대해선 최소한 1주일에 하루는 쉬어야 창의력이 생긴다고 하고선 대통령이 쉬지 않거나 서울에 머무르면 논리에 맞지 않는다』는 상소(?)를 올렸다고 한다.
대부분의 수석·1∼3급 비서관은 YS일정에 맞추어 내주 전반∼8월초순에 2박3일 또는 3박4일간 휴가를 다녀올 계획이다.
부산출신인 박관용 비서실장은 시원한 바닷바람은 「몇년후」로 미루고 비서실과 공관을 왔다갔다하며 무더위와 싸워야할 판이다.
한 비서관은 『실장자리는 항상 비상대기 아니냐』고 했다.
주돈식 정무수석은 8월12일 대구·춘천보선이 끝나면 3박4일 정도 다녀오겠다는 구상이나 「투표함 뚜껑을 열어봐야」 알수 있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있다.
김양배행정(8월2∼5일)·박재윤경제(7월29일∼8월2일)·김영수민정(8월2∼5일)·이경재공보(7월28일∼8월1일)·정종욱 외교안보(7월30일∼8월1일)수석 등은 금싸라기 같은 휴가에 마음이 설레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가족들과 함께 서울에서 그리 멀지않은 산·바다를 찾을 예정인데 여러가지 「귀찮은 사정」을 고려해 행선지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김정남 교문수석은 밀린 일도 많고 8월15일 전후해 재야의 「범민족대회」가 예정되어 있어 휴가가 어려울 것 같다고 한다.<김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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