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속 제정으로 선정 때마다 뒷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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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제정 당시부터 여론의 호된 질타를 받은 서울평화상은 88서울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후손에 길이 남기고자 하는 통치권자의 강한 의욕에서 비롯됐다. 지난 89년9월17일 서울올림픽개최 1주년 기념식에서 당시 노태우 대통령은『서울올림픽의 영광을 기념하고 서울올림픽에서 이루려 했던 화합과 전진, 그리고 평화를 확산하기 위해 서울평화상을 제정할 계획』 이라고 느닷없이 발표, 갑작스레 만들어졌다. 서울 평화상은 여론수렴 과정 없이 출발함으로써 다소 오해의 소지가 없지 않았던 게 사실이고 수상자 선정 때마다 뒷말이 무성했다.
지금까지 이 상의 수상자는 90년9월 제1회 사마란치IOC (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장, 92년10월 조지 슐츠 전 미 국무장관 단 2명. 이 역시 다분치 정치적 계산에서 나왔다는 혹평을 듣기도 했다.
90년 2월 제정된 서울 평화상은 상금액수가 30만 달러(약 2억4천만원)로 상금 규모로는 노벨상(46만9천 달러·1개 부문) 일본 국제 상(34만 달러)에 이어 세 번째며 네루 상(10만 달러), 막사이사이상(1만 달러)보다 훨씬 많다.
제정과정에서 한때 1백만 달러 선까지 제시된바 있으나 50만 달러 이상은 무리라는 견해가 유력해 축소 조정됐다. 당초 서울평화상은 진통 끝에 대상자 선정범위를「스포츠와 관련해 세계평화 등에 공헌한 단체 또는 개인」으로 제한했으나 성격이 모호하다는 여론에 따라 2회 시상을 앞두고 수상자 범위를 확대하고 격년제로 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결국 국민적 공감대를 얻지 못한 가운데「억지 춘향 식」으로 이끌려 온 서울 평화상은 새 문민정부가 들어선 지 4개월도 못돼 된서리를 맞아 없어지게 된 셈이다. <전종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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