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연예활동 금지 이란에|여 가수 구구쉬 선풍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이란의 14년 회교혁명 역사가 구구 쉬 페게흐 아타신이라는 한 대중가수에 의해 흔들리고 있다.
지난 79년 회교혁명 당시이란 내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그녀는 혁명지도자 고 아야툴라루홀라 호메이니에게「이란 혁명가」를 바칠 것을 제의했다가 일언지하에 거절당하면서 참담한 운명의 길로 들어섰다.
호메이니는 그녀를 포함한 모든 여가수를「회교혁명을 오염시키는 요부」로 규정, 일체의 활동을 금지시켰다. 여성 연예인이 등장하는 일체의 음반·카셋 테이프·영화필름이 폐기되고 이들이 활동했던 클럽·카바레도 폐쇄됐다.
구구 쉬는 자신을 스타로 키워 준 바로 그 대중들로부터 쏟아지는 비난에 쫓기며 다시는 노래를 부르지 않겠다는 서약서까지 썼다.
그런 그녀가 마지막 음반을 취입한지 14년만에 준엄한 회교통치를 반대하는 대중적 상징으로 떠올랐다. 그녀의 회교혁명 전 노래를 취입한 콤펙트 디스크·카셋 테이프가 캘리포니아로부터 밀수돼 이란 내 최고의 인기 음반이 된 것이다.
호메이니옹이 이란혁명에 성공한 하나의 이유도 그가 외국에서 녹음한 설교 테이프가 이란 내에 밀 반입돼 널리 퍼지면서 이루어진 것에 비추면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실연·실망·고독·선정 등을 주제로 한 그녀의 노래가 10대들을 중심으로 이란 인들에게 급속도로 확산되는 현상은 회교 성직자가 정권을 주도해 온 14년 혁명의 참담한 실패를 시사한다. 이란 회교혁명은 과거의 퇴폐문화를 일소하고 이란 인들에게 회교 식 세계관을 심는다는 문화운동이기 때문이다.
이란 회교정권에 더욱 곤혹스러운 것은 이란이 외교무대 확대의 발판으로 삼으려는 이웃 타지크 공화국에도 구구쉬의 팬이 광범하다는 점이다. 타지크는 이란과 같이 페르시아 어가 공용어다.
최근 회교성직자들인 이란의 외교사절이 타지크를 방문했을 때 타지크관리들은 이들을 환영하는 뜻으로 골라 들려준 노래가 구구쉬의 노래였다. 또 다른 이란 각료사절단이 타지크를 방문했을 때는 타지크관리들이 다음 방문 때는 구구쉬를 함께 데려오라고 공개적으로 요구하기도 했다.
타지크 TV는 수개월에 걸친 교섭 끝에 최근 그녀가 잡지를 읽는 모습을 촬영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란 정부는 그녀의 말은 녹음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달았으며 촬영 뒤 돌아온 그녀는 수십 차례 경찰에 불려 다니며 신문을 받았다.
그녀 자신은 그러나 42세의 나이로 테헤란의 한 아파트에서 독신으로 살며 최 절정기에서 잘려 버린 옛 명성을 결코 회복할 수 없다는 사실에 대한절망의 늪에서 헤매고 있다. 그러나 그녀가 최소한 l4년 이전에 불렀던 노래들은 반정부적인 내용으로 오늘날 되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친구여 안녕/난 내 운명을 찾아서 떠날래 요/내게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는 없어요/내 앞에는 슬픔뿐이지만 일래 도 희망을 버리지는 않겠어요/어디로 가는지 묻지 마세요/악당들이 내 노래를 듣지 못하도록 기도합니다/다시 돌아올 수 있도록 기도해 줘요/나를 잊지 마세요』
구구쉬의 노래 중 최근 가장 대중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친구여 안녕』이라는 노래다.

<이기원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