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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노사 자율타결 포기말라(사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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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마침내 현대자동차에 정부의 긴급조정권이 발동되었다. 문민시대에 걸맞게 노사간 자율에 의한 노사협상을 모두가 바라고 있었지만 그런 기대는 결국 이뤄지지 않았다. 이제 노조쪽에 남은 선택이라고는 타율에 의한 노사 조정 또는 합법적 행정소송 제기,그것도 아니면 불법적 과격 투쟁으로 나가는 수밖에 없게 되었다.
우리는 여기서 왜 노·사·정이 막다른 선택이라 할 긴급조정권의 발동에까지 이르게 되었나를 다시금 생각해봐야 한다. 정부가 대통령이 표현했던대로 「중대결심」을 할 수밖에 없게된 데는 나름대로의 고민이 있었다고 본다. 현대노조가 종래의 투쟁방식과는 달리 교묘한 방식으로 장기적 소모전을 계속함에 따라 산업현장은 1조원이 넘는 경제적 손실을 보고 있고,이 분규가 여타 사업장에까지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도 공권력 투입 아닌 합법적 대응은 이 길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본다.
물론 긴급조정권 발동에 대해선 여러갈래의 반론이 제기될 수 있다. 긴급조정권은 「현저히 국민경제를 해하거나 국민의 일상생활을 위태롭게 할 위험이 현존할 때」 발동 가능하다고 되어 있다. 지금의 현대사태가 국민경제를 해롭게 하고 일상생활을 위태롭게 할 위험이존재하느냐에 대해선 시각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미 1조원이 넘는 경제손실을 보았고,더욱이 장기적 소모전으로 계속될 때 받는 경제적 타격과 협력업체의 고통은 너무나 커서 중소 하청업체의 도산은 심각한 단계에 이르렀다는 판단이 나오고 있다.
60년대 딱 한번 있었다는 강압적 쟁의 조정권이 문민시대에 와서 발동된다는 사실은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다만 긴급조정권은 권위주의 시대와 달리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 공권력 개입 여지를 얻기 위한 합법적 장치라고 볼 수도 있다. 불법 파업이 아닌 준법 파업에 대처하는 길은 합법적 방법을 통한 대응이고 공권력의 개입 또한 정당한 절차와 방법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자율에 의한 노사협상이라는 민주적 선택을 버리고 타율적 권한의 발동으로 문제를 해결하기에까지 이른 것은 실로 유감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아직도 한가닥 자율협상 여지는 남아 있다고 본다. 노동중재위의 중재안이 발동되기 전에 노사간의 협상에 의한 자율적 조정안이 극적으로 이뤄지기를 마지막으로 기대할 수 있다.
양쪽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해고근로자 복직문제나 성과급의 샹향조정 등 현안을 대승적 입장에서 새롭게 정리해 털 것은 털어버리고,담을 것은 새롭게 담아 마지막 조정을 하는 지혜로운 선택을 노사 양쪽이 보여야 한다. 이 길이 투쟁과 진압이라는 극한적 대결을 막는 가장 현실적이고 이성적인 선택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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