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유한공사」 대장정(개방중국의 오늘:5·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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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한국엔 선택여지 없다/기회·위험 병존하는 경제대국/대중진출 처지면 큰타격 우려
홍콩(마카오)·미국·일본·대만·싱가포르·독일·영국·태국·프랑스·한국.
이것은 지난 4월말 중국 정부가 발간한 공식자료에 집계되어 있는 지난해말까지의 대중국 직접투자 국별 순위다(자료제공 중국전략 및 관리연구회).
지난해말 현재 직접투자를 통해 중국에 진출한 70여개 국가중 상위 나열하는 자리에서 한국은 싱가포르나 태국보다도 못한 골찌로 간신히 10위권에 이름을 걸친 것이다.
또 1위인 홍콩(마카오)의 직접투자액이 2백12억달러,중국인들로부터 「지나치체게 조심스럽다」는 비판을 듣고있는 일본의 투자액이 39억달러였던 반면,건당 1백만달러씩의 소액투자가 대부분인 한국의 투자 총계는 2억달러에 지나지 않았다.
서방 언론들이 흔히 「깨어나는 경제대국」으로 묘사하는 중국을 가장 가까운 이웃에 둔 우리로서 대중국 투자 전선에 어딘가 잘못이 있다고 볼 수 밖에 없다.
대만 정도 규모의 경제가 바로 우리 옆에서 새로 태동한다 하더라도 전략상 적지않은 신경을 써야 할터인데 이미 세계 3대 경제대국으로 평가되고 있는 중국이 꿈틀대고 있는데도 우리의 투자전략적 행동은 1위에 한참 처지는 「한가한 10위」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중국은 원자재 교역시장,상품 수출입 시장,직접투자 시장 등 어느모로 보나 엄청난 시장이다. 이런 큰 시장을 우리는 더 적극적으로 연구하고 활용해야만 한다. 중국진출에서 우리가 지금 뒤처졌다가는 후에 우리가 속수무책으로 중국경제의 영향권 안에 들고 말 것이다.』
북경에 진출해 있는 한 우리 기업인의 이같은 지적은 깨어나는 중국이 우리에게 피할 수 없어 「주어지는 환경」이지 우리가 고를 수 있는 「선택적 변수」가 아니라는 말과 같다.
다시 말해 중국의 불확실한 투자환경이 어느 나라,어느 기업에나 똑같이 주어지는 동등한 조건인 다음에야 우리는 개방 중국을 「투자처」라기 보다 전환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중국산 아우디(Audi) 승용차를 타보면 서방국가에서 타보던 아우디와는 어딘가가 다르다. 이에대한 한 중국인의 설명은 『다소 성능이 떨어지더라도 우리가 댈 수 있는 부품은 우리가 댄 중국식 아우디이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최소한 그가 말하는 중국식 아우디의 수준과 우리 승용차의 수준만을 비교해 볼때 우리의 자동차산업이 지금까지의 그네들의 「밀수입」에 비공식적으로 응해왔을 뿐이지 본격적인 진출을 시도해보지 않았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약 5천명의 일본인이 중국에 들어와 있고 북경에서만 1천여명의 일본인이 활동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들은 민·관이 일체가 되어 중국연구에 힘을 쏟고 있다. 여기에 비하면 중국에서도 우리는 아직 「우물 안 개구리」 수준이다.』(김동진 포철 북경사무소 수석대표).
『대만·홍콩 기업인들은 그간 부동산만 가지고도 벌써 몇배의 돈을 챙겼다. 개중에는 땅부터 잡아놓고 공사를 하는 시늉만으로 몇년을 버티다가 크게 오른값에 도로 팔고 나간 기업인도 있었다. 투기를 하라는게 아니라 이같은 투자환경도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몇년뒤에 중국의 땅값이 얼마나 오를지 생각해보라.』(중국 기업인 이모씨).
『일단 유흥업부터 손을 댈 생각이다. 나는 원래 제조업을 하지만 우선 벌이가 확실한 유흥업에서 시작,중국을 계속 연구해야 겠다.』(필리핀 기업인 어네스트 위 씨).
다른 큰 문제들을 제쳐놓고라도 서로의 정보를 집중·공유하지 못하고 부동산·음식점 투자라면 무조건 거부감부터 갖는 우리로서는 이같은 이야기들부터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기회와 위험이 병존하는 「개방도상국」 중국에 어떻게든 위험회피 수단을 찾아 적극적으로 진출하지 않으면 거대한 생산기지가 될 중국은 후에 회피할 수 없는 위험이 될 것이다.<북경=김수길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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