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대기업에 "사축" 유행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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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일본 대기업체 부·과장들은 스스로를 49.4%쯤 회사가 기르는 짐승이 됐다고 자조한다. 일본 아사치(조일)신문사가 발행하는 월간 아사히 7월호에 보도된 내용이다.
회사가 기르는 짐승, 즉 사축은 일본 회사원들이 스스로를 가축에 비유해 부르는 유행어다. 야생짐승이 집에서 길러지면서 야성을 잃은 가축이 되듯이 입사이래 몸도 마음도 회사에 매여 자립심을 잃어 가는 자신들도 가축과 비슷한 처지의 짐승, 즉 사축이 되어간다는 말이다.
모두에서 밝힌 내용은 월간 아사히가 정신과 전문의의 도움을 받아 50개 설문을 만들어 지난 5월 조사한 결과를 점수로 환산해본 결과다.
설문의 일부를 보면 ▲지하철사고 등 불가피한 사유로 30분쯤 지각했다면 ①내일부터 여유 있게 출근하겠다고 사과한다(13.1) ②지하철 사무소에서 지연증명서를 받아서 상급자에게 설명한다(47.3) ③자신의 책임 밖의 일이므로 해명하지 않는다(36.8) ▲술자리에서 상급자가 업무관련 얘기를 하면 ①업무중이라 생각하고 귀를 기울인다(47.3) ②짜증스럽지만 그냥 듣는다(47.3) ③계속하지 못하도록 한다(5.2).
번호순으로 각각 2점, 1점, 0점을 부여해본 결과 37점부터 65점까지 직업·개인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났으며 평균점은 49.4점이었다.
특징적인 응답결과를 보면 ▲가장 사축에 접근한 경우(65점·40세의 생명보험회사사업팀 과장)=업무가 바쁠 때 부하가 휴가를 신청하면 멍청이로 여겨 거부, 연극·영화표를 샀더라도 회의가 있으면 포기, 결산기에는 고열이 나도 출근, 사적인 모임에도 회사 배지를 떼지 않고 참석, 그러나 결혼기념일은 중요히 여기며 상급자와 부하가 다툴 경우 부하편을 든다.
이 경우는 심정적으로는 공·사를 구분하고 싶어하면서도 실제는 일 위주로 살아가는 대부분 샐러리맨들의 모델이라고 이 잡지는 분석했다. <이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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