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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안 해결에 적극성을(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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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지금 우리사회에는 현실의 발목을 잡는 각종 묵은 현안들이 상당량 쌓여 있으나 해결속도가 너무 지지부진하고 정부의 대응이 소극적인 것같아 걱정스럽다. 인기없던 지난 정권과는 달리 김영삼정부는 국민의 높은 기대감과 지지를 바탕으로 시원시원하고 속도감있는 해결능력을 보여줄 법한데도 지금껏 그런 모습을 보기 어렵다. 가령 몇년씩 끌어오는 전교조문제,몇달씩 끌고 있는 한의­약사분규가 그렇고,지역마다 몸살을 앓고 있는 쓰레기장 문제,원자력발전소 건설예정지나 원자력폐기물 처리장 선정문제 따위도 늦출수록 전 사회적 대가가 커지고 있는데도 해결되는 사례가 없다.
울산의 노사문제도 그렇지 않은가. 하루 몇백억원씩 생산차질이 빚어진다는 안타까운 소리가 나온 것이 벌써 몇 주가 지나도록 또 이번 주가 고비라는 말만 나오고 있다. 대통령의 「중대결심」 표명이 나오고 난 뒤에도 문제해결에 정부 의지가 집중되는 느낌이 없다.
이런 구체적 사례 뿐 아니라 처우개선없는 공무원의 사기 문제,정책혼선이 빚어진 내각의 지휘체계 문제 등 국민걱정을 일으킨 문제들이 있는데도 어떤 대책이 있는지 말이 없고 부총리가 맥이 없어 보이기는 전과 마찬가지다.
우리는 열거한 이런 문제가 다 쉽지 않은 것들임을 잘 안다. 집단이기주의·「님비」 현상 등으로 인해 풀기가 매우 어려운 것들이다. 그렇다고 방치하거나 머뭇거리면서 시간을 보낼 수많은 없는 일이다. 현안에 대한 주도면밀한 검토를 거쳐 정부대로 확고한 결론을 가지고 호소·설득·강제 등의 정책수단을 박력있게 동원하는 능동적·적극적 자세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김 정부도 출범후 넉달이 넘었지만 이런 박력·자신감 보다는 무기력·소극적이라는 인상에 머물러 안타깝다.
묵은 현안들이 아니더라도 우리사회는 지금 할 일이 많다. 급변하는 국제경제 여건속에서 치열하게 벌어지는 국익경쟁에 대처하자면 말 그대로 최고의 두뇌들이 밤낮없이 최선의 방안을 짜내도 오히려 부족하다. 교육은 교육대로 급하고,환경·교통도 서둘러 씨름해야 할 수많은 난제들도 안고 있다. 정부와 민간이 팔을 걷어붙이고 총력을 다해 대들어야 할 현실 문제와 가까운 장래문제가 산더미처럼 놓여 있다. 그런 판에 몇년 몇달씩 묵은 문제들에나 매달려있고 그나마 마땅한 해법이 없다고 소극적으로 머뭇거리고 있어서야 되겠는가.
지극히 기본적인 주문이지만 정부는 우선 각종 현안들의 해결에 좀더 적극성·과감성을 보여야겠다. 또 무슨 일이든 신속·기민하게 조치하고 회답하고 해명하는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야겠다. 그리고 무엇보다 일하는 태세확립이 중요하다. 세월이 약이라는 식의 현안방치가 계속돼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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