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는 포괄적 동반자” 확인/클린턴 방한 무얼 남겼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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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양자관계서 다자관계로 발전/안보·군사문제 한목소리 조율/양지도자 신뢰구축… 「경제」조정 주목
빌 클린턴 대통령의 이번 방한은 목전의 한미관계 차원을 넘어 양국이 앞으로 태평양시대에 어떻게 공동대처할 것인가를 폭넓게 논의한 이정표적 성격이 짙다.
두나라 정상은 그같은 「포괄적 동맹관계」를 다지기 위해 우선 청와대와 백악관을 연결하는 핫라인을 설치키로 했으며 또같은 정신에서 양자관계를 다자관계로 확대발전시키자는데 합의했다.
양자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안보·군사부문에서의 완전한 의견일치다. 대한 방위공약에 있어 미국 대통령으로서 북한에 던질수 있는 최강의 메시지를 던졌다.
예컨대 클린턴 대통령은 11일 북한에서 불과 20m 떨어진 비무장지대(DMZ)내 「돌아오지 않는 다리」에서 『북한이 핵을 개발해 사용한다면 끝장이 날 것』이라고 경고를 했다.
이는 북한이 핵사찰 수용이외에 다른 선택이 불가능함을 확실하게 못박은 것이다.
○북핵 초강경 경고
이밖에도 김영삼대통령과 클린턴 대통령이 북한 핵문제에 대해 얼마나 심도있게 논의했고,한 목소리로 조율했는지의 징후는 도처에서 발견됐다.
김 대통령과 조찬회동후 일부러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잔류에 강한 메시지를 남기고 싶다』고 말한 것도 한 예다.
두 정상은 북한이 끝내 핵문제에 성의를 보이지 않을 경우 대응방안까지 긴밀히 협의했음을 부인하지 않았고 크리스토퍼 미 국무장관은 11일 오전 열린 한미 외무장관 회담에서 『북한과의 대화가 더이상 성과가 없다고 판단될 경우 대화를 중단하고 북한 문제는 유엔안보리로 넘어갈 수밖에 없다』고 분명히 밝혔다.
비록 핵협상을 맡아온 미국의 실무자들이 우리쪽에 비슷한 귀띔을 지금까지 해주었다 치더라도 미국 대통령과 국무장관이 휴전선을 코앞에 두고 직접 얘기한 것은 주목할만한 일이다.
더욱이 14일 제네바에서 열릴 2단계 미­북한 고위급회담을 앞두고 그런말을 한 것은 북한에 미국의 의도를 분명히 전하겠다는 뜻이 내재되어 있다.
클린턴 대통령은 국회연설에서 『한반도의 장래는 남북한 당사자에 달려있다』고 말해 핵문제 등과 관련한 남북대화를 강력히 지지했고 한국민이 원하는한 주한미군을 계속 주둔시키겠다고 천명해 한미안보 협력에 관한한 북한의 오판가능성을 줄이려 애썼다.
여기에 레스 애스핀 미 국방장관은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서 한반도를 포함해 전쟁이 두곳 이상의 지역에서 일어날 경우 한국을 우선 지원하겠다고 약속을 덧붙였다.
○대아정책틀 제시
클린턴 대통령이 국회에서 안보는 물론 정치·경제분야까지 망라하는 신태평양공동체라는 자신의 대아시아정책 틀을 제시한 것은 기존의 양자관계를 아태지역의 다자안보관계로 격상시키는 밑거름으로 삼겠다는 뜻을 재확인한 것이다.
다만 클린턴 대통령이 말하는 신태평양공동체가 당장 새 기구를 만들자는 것인지 아니면 기존의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APEC) 각료회의를 발전시키겠다는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양국 정상은 양국 경제관계를 포괄적인 동반자 관계로 발전시키기 위해 「한미경제대화기구」(Dialogue for Economic Cooperation)를 출범시켰다.
이 기구는 각종 경제교류를 촉진하는 역할도 하지만 영업활동 규제를 완화하는 일도 할 예정이어서 금융시장 및 쌀시장 개방문제가 이번에 거론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앞으로 이들 문제와 관련,미국의 통상압력은 지속적으로 계속될 것이 틀림없다.
양국 대통령이 이번 회담에서 서로 5년 또는 4년의 긴 재임기간을 앞두고 신뢰에 바탕한 장기적 파트너십을 확인한 것은 구체적 현안의 타결 못지않게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TV에 나타난 각종 이벤트에서 읽을 수 있듯 양국정상은 「계산」이나 의전을 떠나 서로 상대를 편하게 해주려는데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다.
클린턴 대통령은 과거의 다른 미국대통령 보다 훨씬 더 한국의 대통령에 대해 긍정적이고 전향적인 평가를 했다. 특히 김 대통령의 개혁·신경제 정책에 박수를 보냈고,YS의 지도력발휘를 호평함으로써 파트너십의 존중을 실증했다.
○미 언론서도 호평
반면 김 대통령은 그동안 정부내에서 혼선을 빚었던 안보·통일문제에 관해 정리된 목소리를 전달함으로써 미국 조야의 신정부에 대한 의구심을 씻어주었다.
미국의 매스컴이 클린턴 대통령의 방한을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김 대통령의 이같은 노력에다 커튼뒤에서 이뤄이진 경제문제 흥정에서 한국이 비교적 많은 양보를 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박의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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