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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나는 어린이 성폭행/유치원·국교 대책 부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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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한달새 급증… 「상담」의 30% 차지/“옷차림·몸가짐 조심” 교육/최근엔 남아 피해도 잦아
최근 강제추행 등 성범죄가 사회문제화되고 있는 가운데 성폭력 대상이 국민학생·유치원생 등으로 확산되고 있어 부모들은 물론 학교측에서도 예방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특히 어린이는 피해를 보면 성격형성에 이상을 초래할 수 있고 자칫 자폐증 등 정신질환으로까지 이어이지기 쉬어 문제가 심각하다.
어린이들에 대한 성폭력 증가원인은 최근 저질 비디오 테이프와 만화의 범람,어른들의 과다노출,텔레비전의 선정적인 프로그램 등과 향락적 사회분위기가 변태성욕을 자극하고 있기 때문으로 전문가들은 지적하며 사회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최근엔 남자 어린이에 대한 성폭행사례까지 발생하고 있어 비정상적 성적욕구가 확산되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실태=한국 성폭력상담소(소장 최영애)에 올 1월부터 3월까지 접수된 성폭력사례는 모두 1백55건이었고 이 가운데 13세이하 어린이에 대한 것이 25건으로 전체의 16.1%를 차지했으며 최근 한달동안은 전체 상담 60건 가운데 30%를 차지하고 있다.
91년 4월 상담소 개소이래 23개월동안 성폭력피해를 상담하러온 남자어린이 부모도 10명에 달했다.
이 상담소 관계자들은 이곳을 찾는 부모들이 대개 피해 초기가 아니라 피해어린이의 후유증이 심각하거나 문제가 있은 후에 오는 경우가 많아 실제 피해어린이는 훨씬 더많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지난달 22일 오후 7시쯤 서울 동대문구 면목동 주택가 놀이터에서 놀고있던 유치원생 김모양(6)이 『자전거를 태워주겠다』며 유인한 이모군(13·중1)에게 골목길로 끌려가 성폭행당한뒤 지금까지 정신과 치료를 받고있다.
또 지난달초 서울 강동구 암사동 주택가 골목길에서 또 다른 김모양(10)이 50대 남자에게 강제추행당했으나 사실이 알려지는 것을 두려워한 부모가 경찰에 신고하지 못한채 역시 통원치료만 시키고있다.
◇예방교육=어린이에 대한 성폭력 사례가 빈발하자 각 유치원·국민학교 등은 수업시간중에 어린이들에게 기초적인 성교육을 하거나 어머니교실 또는 가정통신문 등을 통해 예방에 만전을 기해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서울의 C,B유치원,과천의 K유치원 등 많은 유치원들은 최근 어머니교실을 열어 ▲지나치게 화려한 옷을 입지않고 ▲치마보다 가급적 바지를 입으며 ▲다리를 모으고 앉고 ▲다른사람의 불쾌한 행동에는적극적으로 거절의사를 표시할 것 등을 교육하도록 당부했다.
또 서울의 K·T국민학교,부천의 S국민학교 등 대다수의 국민학교에서도 학기당 4∼5차례식 양호교사들이 기초 성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지나치게 이른 등교를 피하고 ▲등하교때 친구들과 함께 다니며 ▲방학중 외출시에는 호각 등을 소지하도록 권고하는 가정통신문을 보내고 있다.
◇원인=이같은 어린이들의 성폭력피해 확산에 대해 서울대 장병림 명예교수(심리학)는 『물질만능위주의 교육과 성개방풍조의 확산,사회전반에 쾌락을 추구하는 풍조가 만연되고 특히 최근엔 저질 음란비디오·만화 등이 판치게 된 결과』라며 『향락퇴폐가 만연된 사회환경이 개선되지 않는한 어린이에 대한 성범죄는 앞으로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말했다.<이훈범·예영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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