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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왕관 … 우체국 심벌 보면 문화가 보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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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공공장소에서는 문자보다 그림이나 기호로 정보를 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림과 기호는 문자에 비해 시각적으로 이해가 빠르기 때문입니다. 우체국 심벌마크는 기관의 기능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거나, 나라마다의 우정 관습을 소재로 한 것이 많습니다.

한국 우체국의 심벌마크는 제비를 형상화한 것입니다 (1). 제비는 예로부터 반가운 소식을 전해주는 새로 알려져 있습니다. 날렵하고 빠르게 날기 때문에 신속하게 소식을 전한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일본은 ''를 우체국의 심벌마크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2). 120년 전 도입된 이 마크는 일본 최초 우체국이었던 체신성의 첫 음절 '데(テ)'의 가타카나 표기에서 따온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마크는 우편번호를 표시하는 기호로, 또 지도에서 우체국을 표시하는 부호로도 쓰입니다. 간결한 디자인으로 적용상의 강점을 지닌 사례입니다.

많은 유럽 국가는 금관악기인 호른을 형상화해 우체국 상징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예로부터 우편마차가 떠날 때 마부가 출발 신호로 동물의 뿔로 만든 나팔을 불었던 것에서 유래된 것입니다. 덴마크는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의 마크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왕관 문양을 조합해 사용합니다. 우체국의 상징성과 국가의 정체성을 동시에 표현한 예입니다 (3).

많은 나라가 우체국의 상징 색은 빨강을 채택하고 있지만, 미국은 청색, 독일과 프랑스는 노랑, 중국은 녹색, 네덜란드는 주황색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스위스는 전통적으로 노란색으로 우체국 이미지를 정립해 왔습니다 (4). 국가 상징인 십자(十字)마저도 이차적인 것이 되고, 오직 '노란 우체통은 스위스'라는 인상을 전 세계인에게 각인시켰습니다.

기업이나 제품의 심벌은 시대 감각이나 유행을 좇아 변화를 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나라의 문화 원형에서 비롯된 도형과 색채는 그 사회의 보편적 기호로 자리 잡기 위해 일관성을 지켜갑니다. 그림과 기호 형태로 제정된 공공디자인은 시대와 세대를 넘어 지속적으로 사용될 때 강한 시각적 독해력을 갖게 됩니다.

권영걸 교수 한국공공디자인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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