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깜짝 동승'에 55분간 연락 끊긴 DJ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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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6월 13일 평양 순안공항 오전 10시50분.

사열 행사를 마친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의전용 링컨 콘티넨털 차량으로 걸음을 옮겼다. 서로 다른 차에 탈 것이란 예상은 빗나갔다.

김 위원장은 김 대통령을 안내해 차 오른쪽 문으로 탑승케 했고 자신은 왼쪽 문으로 올라탔다.

돌발적인 사태였다. 이희호 여사는 뒤차에 타야 했다. 김 대통령 주위에 청와대 경호원은 없었다. 이때부터 백화원 영빈관에 도착하기까지 55분간은 대한민국 군 통수권자가 북한 군 통수권자의 수중에 들어간 셈이었다.

청와대 경호실 관계자는 "노무현-김정일 2차 정상회담 때에도 돌발상황이 재연될 것인지 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대통령은 평양을 방문한다고 해서 군 통수권을 위임하지 않는다.

'사라진 55분'같은 돌발상황이 벌어지면 한국 측은 또 한번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 정상의 해외 방문 때는 비상사태 시 군 지휘, 핵 무기 관련 비밀이 들어 있는 검은 가방을 든 수행원이 그림자처럼 따라다닌다. 군 관계자는 "우리 대통령에겐 '유사시 비상통신 장비'가 늘 따라다닌다"고 전했다.

이런 문제는 2차 정상회담의 경호와 의전을 준비할 때 최우선적으로 고려하는 대상이다. 특히 경호 부분은 국가원수의 신체와 관련된 것이어서 양측의 신경전이 여간 치열한 게 아니라는 게 관계자들의 얘기다.

2000년 당시 김 대통령의 오른쪽 두 걸음 뒤로 청와대 안주섭 경호실장이 뒤따랐다. 감색 양복 차림의 청와대 경호원 4~5명도 북측 경호원을 의식하며 김 대통령을 중심으로 삼각 혹은 사각형을 이루며 붙었다.

김 위원장 주위론 군복 차림의 호위총국 소속 경호원 6~7명이 근접 경호했다. 남북 모두 무기를 소지했다. 이번 노무현 대통령의 방북 땐 어떤 경호가 펼쳐질지도 관찰 포인트다.

그뿐 아니다. 평양에 도착하면 '북한 군 사열'이란 의전 행사가 있다.

김 전 대통령은 당시 북한군 위병대장 차민헌 대좌(대령급)로부터 "김대중 대통령을 마중하기 위해 나왔습니다"라는 인사를 받고 사열 행사를 지켜봤다.

사열 행사는 주최 측의 품격과 위세를 상대 측에 미묘하게 과시하는 측면이 있기에 한국 측으로서도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안성규 기자

◆'우리 민족끼리'=2000년 6.15 남북 정상회담 합의문 1항('통일 문제를 우리 민족끼리 자주적으로 해결해 나가기로 했다')에서 등장했다. 남한은 이 조항을 '한반도 평화 정착 논의를 남북한이 주도적으로 이끌어간다'는 정도로 해석한다. 하지만 북한은 "미국 등 외세를 철저히 배격하자는 합의가 이뤄졌다"고 주장한다. 8일 발표된 2차 남북 정상회담 합의서에도 '우리 민족끼리 정신을 바탕으로'라는 표현이 등장했다. 이 때문에 보수 진영에선 "북한의 대남 선전구호를 고스란히 사용함으로써 벌써부터 남북 정상회담의 의미가 퇴색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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