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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분규 뭣이 잘못이었나(사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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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하루 전면 파업을 벌였던 현대노사분규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소강상태로 접어들고 있다. 한달이 넘게 계속되는 현대분규의 핵심적인 문제가 도대체 무엇이길래 해결점을 못찾은채 헤매고 있는지,노·사·정 모두 다시 한번 원점으로 돌아가 반성해볼 일이다.
노조가 의도하고 있는 이번 투쟁의 목표는 사실상 세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현총련의 입지를 강화하고 노총에 버금가는 새로운 노조단체로서의 위상확립이 그 첫번째 투쟁목표로 보인다. 현총련은 명백한 법외단체인데도 3자개입 금지라는 실정법을 어기면서 임투대회를 가졌고,전면 파업을 사실상 주도함으로써 소기의 목표를 이뤘다.
두번째 목표가 해고근로자의 복직문제라고 본다. 상당수 해고근로자가 복직된 상태지만 그 숫자를 더 늘리고 이들의 활동을 보장한다는게 이번 투쟁의 중요 목표가 되고 있음을 시간이 흐를수록 확인할 수 있다.
세번째 노조의 투쟁 목표가 임금협상 및 근로조건 개선 요구다. 계열사별로 차이가 있지만 임금인상폭은 대체로 15∼20%,상여금은 7백∼8백%선,주 근로시간 40시간으로의 단축,인사위 징계위 노사 동수,파업시의 임금요구 등이 노조쪽의 요구안이다.
노족 노리는 이 세가지 목표가 현실적 타당성이나 협상과 대화의 가능성을 배제하고 있다는 점에서 현대의 노사분규는 처음부터 협상을 어렵게 했다. 이미 노동부가 현총련의 개입을 불법이라 규정짓고,검찰이 그 배후 세력을 검거 대상으로 영장을 발부받은 이상 현총련의 역할은 현행법상 인정될 수 없다.
또 해고근로자의 복직 문제는 최종적으로 사용자쪽의 의사에 달려있는 문제인데도 파업을 무기삼아 이들의 복직을 강요해 새로운 투쟁력의 증강을 노린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노조쪽의 임금협상은 더욱 현실성이 떨어지고 자신들이 결의한 합의사항과도 맞지 않으며 경제를 살리자는 국민적 정서와도 동떨어지는 요구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평균 임금이 1백20만원으로 제조업 평균수준 보다 50%나 높다. 그런데도 이들 고임금 근로자들은 파업을 하면서 파업기간중의 임금을 요구하고 있고,부품회사의 저임금 근로자들은 일손을 놓은채 언제 회사가 문을 닫을지 가슴죄고 있다.
정부와 사용자쪽도 사태를 악화시키는데 기여했다. 대화와 협상에 소극적이었고,문제가 생기면 정부가 처리해 주겠지 안이하게 판단하는 사용자쪽의 무성의가 사태를 악화시켰다. 또 무노동 부분임금을 내세워 노사 양쪽을 헷갈리게 하고,해고근로자 복직을 기업에 강권했던 노동부의 초기 정책도 사태를 악화시키는데 중요한 몫을 했다.
노·사·정이 함께 자신들의 잘못을 되돌아보고 서로의 입장 정리를 통해 새로운 협상의 탈출구를 여는 일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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