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212 - '가능한'과 '가능한 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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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한'과 '가능한 한'은 다르다. 단어와 구(句)라는 점뿐만 아니라 문장에서 하는 구실도 다르다.

'가능한'은 '가능하다'의 관형사형으로 이 말 뒤에는 '가능한 일[것 등]' '가능한 수단[조치.방법.경우 등]'처럼 '가능한'의 꾸밈을 받는 명사가 나와야 한다.

"가능한 수단과 방법을 모두 동원했지만 그녀를 설득할 수 없었다" "코트 어느 곳에서든 득점이 가능한 멀티 플레이어 재목들이 연달아 나왔다" 등은 바르게 쓰인 예다.

'가능한 한'은 '가능한 범위 안에서' 또는 '가능한 조건하에서'를 의미하는 부사구다. 따라서 그 뒤에는 '가능한 한'이 꾸밀 수 있는 부사어나 동작을 나타내는 말이 따라와야 한다. 그런데 '가능한 한'으로 써야 할 것을 맨 뒤의 '한'을 생략하는 경우가 눈에 자주 띈다.

"가능한 빨리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와 같은 문장에서는 '가능한'의 꾸밈을 받는 명사가 없다. 따라서 이 문장은 문법적으로 올바르지 않다. '가능한' 뒤에 '한'(조건을 나타내는 명사)을 넣어 "가능한 한 빨리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라고 해야 바른 문장이다. 아래와 같은 문장에서도 '가능한'을 모두 '가능한 한'으로 바로잡아야 한다.

"잘못이나 문제점을 가능한 빨리, 정확하게, 나무라지 않으면서 설명한다." "제3국의 이미지를 깎아내리는 보도는 가능한 하지 말자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가능한'이 '가능한 한'을 대신할 수는 없다. 그 역(逆)도 마찬가지다.

최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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