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 견제 심해져 이젠 선구여유도 없어요"-공격4부문선두 삼성-양준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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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구부정한 타격폼, 엉성한 스윙.
도무지 홈런은커녕 안타조차 때려내기 힘들 것으로 보이는 루키 양준혁(24·삼성)이 연일 대구구장 외야스탠드로 대포를 쏘아 홈 팬들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있다.
프로야구 타 구단 감독들도 타격 폼으로 보아 이 같은 괴력의 원인을 「불가사의」라고 말하고 있다. 공격 4개 부문에서 수위를 달리고 있는 양준혁의 홈런비결은 무엇인가. 지난 24일 대구구장에서 LG와의 경기를 앞둔 양을 「스포츠 초대석」에서 만나 궁금증을 풀어보았다.
-자신의 타격 폼을 어떻게 생각합니까.
▲남들은 엉성하다고 하지만 나는 현재의 자세가 가장 편안합니다.
-항상 홈런을 의식하고 있습니까.
▲상황에 따라 큰 것과 작은 것을 구별해 노립니다. 원래 홈런보다 타율을 높이는데 더 주력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무리하게 홈런을 노리다 삼진 당하기 보다 볼을 정확히 맞히는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언제부터 타격에 자신감을 가졌습니까.
▲프로에 오기 전 선배들로부터 「프로는 아마와 차이가 크다」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따라서 처음 몇 게임에선 잔뜩 주눅이 들었으나 막상 상대팀 에이스들과 대결해보니 못 때릴 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후부터 자신감을 갖게 됐습니다.
-선동렬 투수와의 대결 소감은.
▲3타수 중 4구 한 개, 내야땅볼, 희생플라이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동열이 형은 역시 대 투수였습니다. 볼이 묵직하고 제구력이 좋아 때려내기 까다로웠습니다. 스트라이크와 공 한 개 차이로 볼이 되곤 하니까 골라 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전혀 못 치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앞으로 좋은 승부를 해보고 싶습니다.
-타자 중엔 누구를 좋아합니까.
▲대학 때부터 국가 대표팀에서 함께 뛴 김기태(쌍방울)형을 좋아합니다. 나와는 비슷한 스타일인데다 손목 힘이 뛰어난 타자입니다. 다만 기태 형은 크로스 스탠스를 취하고 나는 오픈 스탠스 자세입니다.
-감독이 타석에 나설 때 작전지시를 내고 있습니까.
▲지금까지 2백3타석중 단 두 번 작전지시를 내렸을 뿐 내게 맡겨두고 있습니다.
-최근 타격이 더 좋아진 것 같은데.
▲주위에서 잘한다고 칭찬 받으니까 더 잘되는 것 같습니다. 성격상 야단을 맞으면 더 못치는 경향이 있습니다.
-타석에서 상대투수의 볼을 예측하는지.
▲직구나 커브를 예상해 노려 치는 스타일은 아닙니다. 그때그때 구질을 판단해 힘껏 때려내고 있을 뿐입니다. 아직 야구에 대해 잘 모르니까 투지 하나만으로도 잘 풀리는 것 같습니다. 마치 처음 노름을 배운 사람이 첫날 돈을 따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 투수들의 견제가 심할 텐데.
▲이미 좋은 볼을 안 줘 치기 어려워졌습니다. 13호 홈런은 13타석만에 쳤습니다. 그것도 볼을 쳐 얻은 것입니다. 앞으로 스트라이크뿐 아니라 볼을 쳐야겠다고 생각합니다. 【대구=권오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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