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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지지 끌어낸게 큰 소득/이기택대표 유럽순방 뭘 얻었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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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비주류 반격 잠재우고 위상도 강화/이 사정감명… “검찰독립” 공세 높일듯
유럽을 순방중인 이기택 민주당대표가 26일 새벽(한국시간) 프랑스와 파리 개선문앞 광장에서 있는 한국전 참전용사들의 헌화식에 참석함으로써 공식 일정을 마무리지었다.
제1야당의 대표로 첫 해외 순방에 나선 이 대표는 독일·영국·이탈리아·프랑스를 차례로 돌며 각국의 정치 지도자들과 북한 핵문제·경제교류 방안 등을 논의,나름대로 초당적 외교 활동을 펴왔다.
그러나 이번 순방의 가장 큰 성과는 귀국을 앞둔 김대중 전 대표로부터 확고한 지지의사를 끌어냈다는 점이다. 청와대 영수회담을 계기로 비주류측의 반격을 받기 시작한 이 대표로서는 「김심」이 자신에게 있음을 과시할 수 있는 「천군만마」가 아닐수 없었다.
이와관련,이 대표는 26일 파리에서 있은 기자 간담회를 통해 앞으로 당 장악력을 강화해 나갈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김 전 대표가 귀국하면 국가와 당 발전을 위해 귀중한 조언을 해 주도록 계속 요청하겠다』며 『이를 참고해 당을 이끌어 나갈 작정』이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그는 또 통일·경제문제는 물론 김영삼정부의 개혁이 성공하기 위해선 강한 야당이 필요하다는데 김 전 대표와 뜻을 같이했다고 덧붙였다.
강한 야당을 위해선 강력한 지도력이 필수적이다. 따라서 이 대표의 이같은 발언은 보다 적극적인 지도력을 발휘하겠다는 의지 천명이 아닐 수 없다. 아울러 당내 비판세력을 향한 경고의 뜻도 있는 것으로 볼수 있다.
이번 순방중 이탈리아의 사정활동 실태를 살핀 것도 의미가 있었던 일로 꼽을 수 있다.
물론 이 대표는 그동안 표적 수사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법과 제도를 통한 개혁을 거듭 요구해 왔었다. 그는 이탈리아의 개혁추진 상황 등을 직접 점검,사법부·검찰의 독립성 확보가 사정·개혁 성공의 요체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이탈리아의 사정활동이 검찰의 독자적 판단에 의한 상향식이었다면 우리는 김 대통령의 의지에 따른 하향식이었다는 점을 인식했다.
이에따라 민주당은 앞으로 검찰권 독립에 공세의 강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도 『개혁이 반드시 성공해야 하기 때문에 정부·여당에 박차를 가하도록 할 것이며 미비점들에 대한 개선을 강력 촉구하겠다』며 이같은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그는 사정활동이 경제를 위축시켜서는 안된다고 강조한다. 이탈리아의 경우 거센 사정바람에도 불구하고 경제가 되살아나고 있음을 들고있다. 그는 『검찰의 엄정하고도 공정한 사정으로 인해 오히려 국민들이 희망을 갖고 자기 분야에서 더욱 활발하게 일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이와함께 유럽 국가들의 의회 운영실태를 직접 둘러본 것도 적지 않은 소득으로 평가할 수 있다. 모두가 국민소득 2만달러를 넘는 국가들임에도 정치지도자들이 경제난국 극복과 21세기 준비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이번 순방을 통해 당내외 위상을 강화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어느정도까지 자기 몫을 주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이번 순방을 통해 당내외 위상을 강화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어느정도까지 자기 몫을 찾게 될지는 결국 스스로의 손에 달려있다.
김 전 대표의 그에대한 확실한 지지의사 천명으로 당내 비판의 목소리가 잠복할 것으로 보이나 그의 처신 여하에 따라 언제든 다시 고개를 내밀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파리=신성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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