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비넘긴 노사분규… 일단 “청신호”/현대수습과 앞으로의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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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최대쟁점” 임금교섭 대체로 순조/「노조 경영권참여」등 난제는 남아
현대 노사분규가 현대정공의 조업재개로 해결국면에 들어섬에 따라 일단 올해 전반적인 노사관계는 예년에비해 안정추세를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 노사분규의 향방을 가름하는 현대그룹계열사 노사분규가 이처럼 조기수습되면 과거 전례로 보아 다른 기업의 노사분규도 진정세를 보여 다음달중 주요한 노사분규가 대체로 매듭지어질 것으로 노동부는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주요 대기업의 임금협상이 이달말과 다음달초에 집중돼있고 최근 노동정책에 대한 파문으로 인해 파급 영향이 큰 노사분규가 이 기간에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는 아직 예측불허 상황이다.
○내달중 매듭 기대
특히 최근 대기업의 임금협상에서는 해고근로자의 복직과 노조의 인사 경영권 참여문제 등이 새로운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고 노총·경총 등 노사단체가 설정한 한자리수 임금인상안에 대한 노조의 반발이 여전히 잇따르고 있어 불씨는 남아있는 셈이다.
노동부 조사에 따르면 올들어 26일 현재까지 발생한 분규는 63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백44건의 절반수준으로 떨어졌고 노사분규의 선행지표인 쟁의발생신고 건수도 4백55건으로 지난해 7백84건보다 42%가 감소했다.
현재 진행중인 파업은 현대자동차·현대중장비·진도·벽산·흥국생명보험·한국금속 등 17건으로 역시 지난해 같은기간 30건보다 줄어들었다.
○쟁의신고 늘어나
그러나 이달들어 쟁의발생신고는 대우조선·인천제출·한진중공업·진로 등 2백37건으로 전체의 54%를 차지하고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오히려 13%가 증가,노사분규가 확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대우조선의 경우 노조가 해고근로자 복직과 15.7%의 임금인상률(기본급 기준)을 요구,사용자측과 마찰을 빚자 23일 쟁의발생신고를 냈으며 인천제철은 노조가 임금 14.3%(기본급 기준)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한진중공업은 인사위원회의 노사 동수구성,노조전임자의 증원 등을 요구하고 있고 임금은 통상임금기준 12.2%인상을 주장하고있다.
이달들어 쟁의발생신고건수가 급증한것은 올해 노사협상이 지난해보다 한두달 늦게 시작되고 지난해에는 9,10월에 집중적으로 몰렸던 현대계열사의 노사분규가 공동임금 투쟁전략에 따라 이 기간에 몰렸기 때문이라는 것이 노동부의 분석이다.
노사분규 정도와 직결되는 올해 임금교섭은 26일 현재 근로자 1백명이상 전산업체 5천5백11곳 가운데 47.4%인 2천6백7곳이 타결돼 지난해 같은기간 47.3%와 비슷한 수준이다. 임금인상 타결률도 4.6%선으로 노총과 경총이 합의한 4.7∼8.9%를 밑돌고 있고 지난해 인상률 9.∼10%(총액기준 약 6.8%)의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인상률 4.6%선
임금협상은 주도하고있는 30대그룹 주력기업 등 선도부문은 전체 4백82개업체중 2백20개가 타결돼 타결률은 45.6%로 전체타결률과 비슷한 수준으로 인상률은 3.2%로 역시 지난해 7∼8%(총액기준 약 4.6%)의 절반수준이다. 노사분규의 주요한 쟁점이 되는 임금교섭이 이처럼 순조롭게 진행됨으로써 올해 노사협상은 현대사태 등 돌발적인 변수의 영향은 남아있었으나 예년에 비해 안정추세속에서 진행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는 경제가 어렵다는데 노사가 인식을 같이하는 한편 정부의 개혁작업과 「고통분담」에의 동참호소가 주효한 역할을 해 노사분규의 조기수습 가닥을 잡았기 때문으로 올해가 노사분규의 전환점이 될 것이란 분석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제연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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