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대화로 위기 넘겼다/타결 실마리 잡힌 「현대분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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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노조 비폭력·노동부 중재 주효/공권력 개입없이 해결 큰 성과
울산지역 현대그룹 계열기업들의 노사분규사태 도화선이 된 현대정공사태가 24일 타결국면을 맞음으로써 현대분규사태는 크게 진정될 것으로 보인다.
4일 김동섭 현대정공 노조위원장이 임금협상을 직권조인으로 타결짓고 잠적,노조가 불법이라며 이를 거부,5일 즉각 비상대책위(위원장 이용진·31)를 구성해 전면파업을 선언함으로써 시작된 현대정공 노사분규는 그동안 당국의 노동정책의 표류를 틈타 전체 계열사로 확산,국내 경제계를 긴장시켜왔었다.
더욱이 이 직권조인은 적법성 여부에 대해 정당성을 주장하는 회사측에 맞서 노조가 「직권조인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부산지법 울산지원에서 내 법정문제로까지 번지면서 처음부터 장기화가 예상되어 왔었다.
○판례 첫 시험대
현대정공 노조가 15일부터 부분파업을 시작하면서 연쇄적으로 번지기 시작한 이번 사태는 울산지역 현대계열 17개사중 현재 중장비·중전기·강관 등 10개사가 쟁의상태 또는 쟁의발생신고를 할 정도로 비화됐다.
이번 사태는 『노조대표는 별도의 위임을 받지 않아도 단체협약을 교섭할 권한을 갖는다』는 대법원 판례이후 첫 분규여서 이 판례의 시험대로 주목을 받아왔었다.
타결국면의 전환은 이인제 노동부장관의 중재를 통한 노사 양측의 막후 접촉에서 실마리를 찾은데서 부터다.
이 장관은 울산의 공식일정에서는 노사 양측의 어려운 입장을 모두 듣고 양측의 어려움을 상대측에 전달했으며 노사문제는 노사자율에 맡긴다는 정부의 기본입장을 밝혔으나 23일 저녁 노사양측을 만나며 활발히 막후접촉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이번 사태는 노사양측의 꾸준한 대화,노조측의 평화협상주의,노동부의 적절한 중재 등이 3박자를 이루며 마무리 단계로 접어든 것으로 평가된다.
○현총련 입장정리
이에따라 현총련의 공동임투 일정에 맞추기 위해 쟁의발생신고후 냉각기간에 들어가 있는 현대중공업·현대미포조선 등 4개사의 앞으로 협상과정과 투쟁강도 등에도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분규에 사실상 영향을 미치고 있는 현총련도 그동안 현대정공의 노사협상 과정에서 회사측이 성의있는 태도를 취할 경우 전계열사들이 「선조업 후협상」 한다는 방침을 잠정결정한 바 있어 앞으로 현총련도 새로운 입장을 정리할 것으로 보여 더 이상의 분규확산은 없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정공의 분규타결은 노사가 사태의 극한적 대립없이 공권력에 의존하지 않고 평화적 대화로 해결했다는데 큰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앞으로 문민시대의 노사분규 해결의 한 유형을 엿보게 했다는 점에서 평가될 수 있을 것이다.<울산=김상진기자>
□현대 노사분규 일지
▲5월22일=현총련,「93 공동임투 전진대회」개최
▲6월4일=현대정공노조 김동섭위원장 임금협상 직권조인
▲5일=현대정공노조 사실상 파업
▲8일=현대정공노조,「직권조인」 효력정치 가처분신청
▲10일=현대정공노조 쟁의행위 가결
▲15일=현대자동차 쟁의행위가결 현대종합목재 쟁의발생신고
▲16일=현대자동차 부분파업,현대중장비 태업돌입. 현대중전기 쟁의행위 결의,한국프랜지 쟁의발생 신고
▲17일=현대강관 쟁의행위 결의
▲18일=현대강관 부분파업
현대중전기 태업돌입. 현대그룹 울산서 사장단회의. 김 대통령 노사분규 단호대처 표명
▲19일=노동부,노사분규 적극개입키로 선회. 김 대통령,노사분규 대책회의 주재
▲20일=노동·상공자원부 대책반 울산파견
▲21일=경제기획원·상공자원·노동 3부장관 합동기자회견
▲22일=현대강관·현대중전기 「선조업」으로 전환. 이인제 노동장관,안산 방문
▲23일=이 장관 노사양측에 타결설득. 현대정공 노사협상 재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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