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배구 짜릿한 중국 뒤집기-4강 입성 15년 걸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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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한국 여자배구가 만리장성을 뛰어넘어 15년만에 세계 4강권 진입에 성공했다. 한국은 17일 홍콩 콜리시엄에서 벌어진 제1회 그랑프리 국제여자배구대회 준결승리그 1차전 중국과의 경기에서 처음 두 세트를 15-9, 15-5로 내줘 패색이 짙었으나 이후 내리 3세트를 따내 기적 같은 대역전승의 파노라마를 엮어냈다.
한국은 2-0으로 리드 당하던 3세트에서 특유의 끈질긴 수비가 되살아나고 1m70㎝가 단신세터 이도희(호남정유)의 상대 블로킹을 따돌리는 짧은 토스와 김영숙(현대) 박수정(호남정유)의 공격이 득점과 연결되면서 듀스 끝에 16-14로 한 세트를 만회, 기사회생했다. 한국은 4세트마저 시소 끝에 16-14로 따낸 뒤 랠리 포인트로 벌어진 5세트에선 갑자기 범실이 많아진 중국을 몰아붙여 10-3으로 앞서면서 대세를 가름했다.
한국은 중국과의 서울 홈 경기 예선 1차 전에서도 3-1로 승리, 이변을 연출했다는 찬사를 받았는데 강호 브라질·일본 전에서도 처음 두 세트를 지고도 내리 3세트를 따내는 대역전승을 기록한데 이어 이날 또다시 세 번째 풀세트 역전승을 이룩해 「역전의 명수」라는 닉네임을 얻게 됐다.
한국이 세계대회 4강에 오른 것은 지난 76년 몬트리올올림픽 동메달을 차지한 주역들이 78년 소련세계선수권대회에서 4위를 차지한 이래 처음이다. 한국은 이날 승리로 3팀이 겨루는 준결승리그 G조에서 1승을 확보, 19일 러시아전에서 이기면 조수위로 결승(20일)에 오르고 지더라도 예선성적 우위라는 대회규정에 따라 3∼4위전에 오르게 된다.
쿠바·일본·브라질로 구성된 H조 예선 첫날 예상대로 쿠바가 브라질에 3-0으로 승리, 1승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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