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부예산 심사권이 초점/국회 정보위 어떤 모습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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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여야 원칙합의 했으나 “산너머 산”/정보비 실사·수사권 폐지는 쟁점
김영삼대통령과 민주당 이기택대표의 회담에서 국회에 국가안전기획부를 담당하는 정보위 설치에 의견접근이 이루어짐에 따라 정보위가 언제,어떤 모습으로 태어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보위 설치는 90년 3당통합 뒤 민자당에 의해 제안됐으나 당시 야당이 안기부법 개정과 함께 다룰 것을 주장해 성사되지 못했었다.
그러나 이번 정보위 설치합의는 안기부법도 개정한다는 원칙적 합의와 함께 나온 것이어서 그만큼 설치 가능성이 높다.
민자·민주 양당은 각각 안기부법의 개정을 전제로 한 정보위 설치를 위해 이미 구체적 방안을 마련했거나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양당은 이를 토대로 곧바로 협상에 착수할 예정이다.
그러나 양당은 예비단계격인 안기부법 개정안에서부터 서로 기본골격을 달리하고 있어 정보위 설치에 이르기까지 상당한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민자당은 지난주 정치관계법 심의특위 주관으로 안기부법 개정에 대한 안기부측 의견을 듣는 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안기부측은 『김덕 안기부장이 지난 4월 임시국회 국방위에서 밝힌 것처럼 안기부가 그동안 비난받은 것은 법과 제도상의 잘못이 아니라 운영상의 잘못 때문』이라며 안기부법 개정에 반대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안기부측은 또 현재 국방부와 안기부를 함께 담당하는 국방위 대신 정보위를 별도로 설치하는데는 동의하면서도 운영방법면에서 기존의 국회상임위와는 전혀 다른 방식을 요구했다고 한다.
즉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임기중 소속의원의 교체가 없어야 하며 ▲소속의원들은 일정기간 정보위에서 취득한 비밀을 지켜야한다는 것 등이다.
민자당 특위 위원들은 정보위에 대한 안기부의 이같은 요구는 어느정도 이해하는 반면 안기부법 개정은 개혁입법 차원에서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특위측은 『아직 안기부법 개정방향과 정보위에 어떤 권한을 부여할 것인가에 대해 아무런 방침도 없다』며 『7월 임시국회 뒤 미국·영국·독일 등으로 조사단을 보내 정보위 설치에 필요한 자료를 입수한 뒤 정보위 설치를 위한 국회법 개정방향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위의 한 관계자는 『신설될 정보위의 가장 큰 권한은 안기부 예산에 대한 심사권이 될 것』이라며 『그러나 예산심사권이 지나치게 확대될 경우 정보기관의 생명인 비밀이 누설될 위험성이 있어 특정분야에 대한 예산심사권은 유보되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자당이 이처럼 안기부법 개정과 정보위 설치에 대해 아직 원론적 입장인 반면 민주당은 이미 4월 임시국회 때 안기부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는 등 입장정리를 마친 상태다.
민주당의 개정안은 안기부를 국가정보처로 명칭을 바꾸면서 수사권을 폐지하고 정보 및 보안업무의 조정·감독권은 국가안전보장회의에 이관하도록 되어있다.
민주당은 이와함께 국회정보위를 통한 정보처 예산의 실질심사를 안기부법 개정안에 담고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정보처는 예산을 요구할 때 정보처비(경상비)와 정보비를 구분해 총액 단위로 정보위에서 실질심사를 받아야 하며 정보위는 정보처비와 정보비를 증감액으로 구분해 예결위에 제출,예산내용이 공개되지 않도록 한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또 그동안 안기부가 무소불위의 힘을 갖는 것을 뒷받침해준 비밀활동비를 현재처럼 예비비 명목으로 다른 기관의 예산에 계상할 수 있게 해주는 대신 예상할 수 없는 비용만을 예비비로 책정하도록 하고 반드시 정보위에 심의자료를 제출하도록 규정해 놓았다.
이와함께 현행 안기부법은 「안기부장은 국회의 예산심사 및 국정조사와 감사원의 감사에 있어서 국가기밀에 속하는 사항에 대해 자료제출·증언·답변을 거부할 수 있다」고 되어 있으나 민주당 개정안은 국회 본회의·정보위·예결위와 감사원 등이 자료제출 등을 요구할 때 원칙적으로 거부할 수 없도록 바꾸어 놓고 있다.
결국 민주당의 개정안은 안기부의 수사권을 폐지하고 정보위의 예산실질심사를 통해 안기부(정보처) 정보수집활동의 남용을 막자는게 주요 골자다.
민자당은 7월 임시국회 뒤 해외자료를 수집하는대로 안기부법 개정안과 정보위 설치를 위한 국회법 개정안을 확정지을 예정인데 기본 입장에서부터 양당의 의견이 상당히 엇갈리고 있어 원만한 합의가 이루어질지는 미지수다.
특히 안기부의 수사권 존폐여부와 정보위에 어느 정도의 예산실질 심사권을 부여하느냐는 문제가 가장 큰 쟁점이 될 전망이다.
따라서 앞에 지적한 두가지 쟁점에 대한 여야의 합의가 언제 이루어지느냐가 정보위 설치 시기를 결정하게 된다고 볼 수 있다.<이상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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