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5단체 공조체제 “흔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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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청와대 “자제” 언급후 모임 잇단무산/신경제정책 입장싸고 미묘한 기류
대한상의·전경련·무협·경총·중소기협 중앙회 등 경제 5단체장회의가 계속 열리지 않고있어 여러가지 추측이 무성하다.
1일의 경제단체장회의와 15일의 상근부회장단 회의가 잇따라 무산돼 지난달 4일 단체장회의를 마지막으로 공식모임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관계자들은 이에대해 『회장들의 해외출장이 겹쳐 이루어지지 못했다』고 해명했으며 경총은 『지금 회장들이 만나서 할 일도 별로 없다』고 말했다.
6월초 김상하 대한상의회장은 유럽을 순방했고 박용학 무역협회장도 중국을 방문했었다. 그러나 회장의 해외 출장때 상근부회장들이 꼬박꼬박 대리 참석해 왔으며 이것으로 국내에 머물고 있는 상근부회장 모임까지 무산된것은 설명하기 힘들다.
또 「만나도 별로 할게 없다」는 표현도 무노동 부분임금이나 주력업종제도,자동차 부품업체 파업 등 예전 같으면 만나도 여러번 만났을 법한 민감한 사안이 널려있어 별로 설득력이 없다.
따라서 단체장회의가 열리지 않는게 아니라 거꾸로 열지않고 있다는게 경제단체 주변의 이야기다. 안팎의 사정이 회동을 가로막고 있다는 것이다.
단체장 개인을 살펴보면 전경련 최종현회장의 심기는 요즘 매우 불편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월 취임이후 매우 정열적인 활동을 보여온 그는 요즘 1주일에 한번정도 전경련에 들를만큼 행보가 조용해졌다. 제2이동통신 사업자 선정은 1년6개월 미루어졌으며 장남 부부의 외화사건도 그를 불편하게 하고 있다. 14일에는 애용하던 헬기가 한강에 추락하는 우환까지 겹쳤다.
무역협회 박 회장의 심기도 그다지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상공자원부가 무역협회에 집중감사를 펼쳤으며 6공 실세였던 금진호 전 무협고문이 버티고 있었던 점에 비추어 감사 결과 무역협회와 박 회장의 입장이 불편해 졌다는 이야기가 재계에 돌고 있다.
또 신경제 정책으로 경제단체들마다 입장이 다른 미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으며 경제단체들의 공조체제는 이미 물건너 간게 아니냐는 성급한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경제단체장 모임이 얼어붙은 것은 지난달 회의에서 신경제 골격의 보완을 건의했다가 청와대로부터 『집단적인 의사표시를 삼가달라』는 강력한 질책을 받고나서부터.
그 이후 경제단체들은 「신경제」에 대해서는 건의조차 삼가는 등 몸을 사리고 있고 민간의 자율과 창의를 앞세우는 「신경제」에서 정작 민간단체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다는 불만을 속으로 삭이고 있다.
이에따라 단체장 회의는 오해를 피하기 위해서도 빨라야 신경제 1백일이 마무리되는 이달 말을 넘겨서야 다시 이루어지리란게 재계의 관측이다.<이철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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