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명의 다중인격을 지닌 청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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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다중인격이라는 정신장애를 이유로 무죄를 선고받은 한 청년의 실제인생을 바탕으로 한 실화소설.
휴고 및 네뷸라 상을 받은『알게논에게 꽃을』과 『다섯 번째의 샐리』에 이어 나온 대니얼 키이스의 81년도 작품이다.
브루클린대 심리학과 출신의 키이스는 전문가들도 그의 소설을 읽고 공부할 만큼 정신장애자의 심리와 행동을 잘 그려내는 작가로 이름나있다.
여기서 다루는『빌리 밀리건 사건』은 78년 당시 연일 TV와 신문의 머릿기사로 보도될 만큼 미국인들에게 충격을 주었으며 최근까지 14년간 공판이 진행된 유명한 사건이다.
3건의 납치와 3건의 성폭행 등 미국 형법상 25년형에 해당하는 중죄를 저지르고 정신병원에 수감된 밀리건은 24명의 다중인격을 갖고 있었다.
그의 몸에는 아라비아어를 유창하게 읽고 쓰며 영국 상류계급의 말투를 사용하는 교양인이 있는가 하면, 총과 탄약의 권위자이며 무술의 달인인 테러리스트, 탈출마술의 명인, 뛰어난 전기기술자, 내성적인 레즈비언 여성 등이 들어 있다.
그런가하면 조무래기 범죄자·창녀·사기꾼·몽상가·귀머거리 어린이·겉 멋쟁이 속물·방황하는 유대교도 역시 그의 일부다.
뇌파의 파형까지도 완전히 다른 이들 인격은 신동이었던 어린 밀리건이 성장과정에서 받은 정신적 상처로부터 파생된다.
5세 때 쿠키 항아리를 깨뜨리고 벌이 두려워 대신 출현한 귀머거리 어린이가 그 시작이다.
도박에 빠져 있던 친아버지가 자살한 뒤 그는 8세 때부터 계부에게 끔찍한 성적 학대와 구타를 당한다.
그는 정신위생 진료소를 다니던 고교시절 『안녕, 미안해요 더 이상 참고 살아갈 자신이 없어요』라는 유서를 남기고 학교옥상 난간을 향해 달려간다.
다음 순간 다른 인격들이 나타나 구를 쓰러뜨려 정신을 잃게 한 뒤 본래의 인격을 기나긴 잠 속에 빠뜨리고 자신들만이 활동하게 된다. <세계·상하 각 권 3백40여쪽·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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