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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머리 앓는 중국인 밀입국/매년 미·가에만 5천명선 육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3국 선박이용 「정치적 망명」 시도/국제폭력조직과 연계… 경찰 긴장
중국인들의 해외 밀입국이 최근 들어 급속히 증가,국제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지난 6일 2백63명의 중국인 보트피플이 미 당국의 눈길을 피해 미국 뉴욕항에 잠입하는 과정에서 8명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중국판 엑서더스」로 불리며 세계적인 관심을 모으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도 미국에 밀입국하다 적발된 중국인은 약 1천5백여명. 뿐만 아니라 홍콩과 대만 등 인접국가들로 밀입국하는 중국인은 이보다 훨씬 많은 숫자여서 해당 각국들은 중국인들의 해외 밀입국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특히 중국인 밀입국은 중국과 미국,대만 및 홍콩 등지의 국제적 폭력조직이 배후에 도사리고 있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소위 「인사」라고 불리는 이들 밀입국자들은 먼저 중국내 모집책인 「사두」에 의해 밀항단이 구성된 뒤 파나마 등 제3국 선적을 이용,미국·일본·남미 등 지역으로 밀입국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실제로 이번 뉴욕에 밀입국하려다 적발된 중국인 보트피플들은 중국 복진성 복주에서 출항,태국에서 수명을 싣고 아프리카 케냐에 기항,나서 몇명을 태운뒤 아프리카 남단 희망봉을 돌아 코트디부아르를 거쳐 남대서양을 항해,최종 목적지인 뉴욕항에 도착한 것으로 조사결과 드러났다. 이는 중국인들의 미국 밀입국이 국제적 조직망을 통해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또 이들이 최단코스인 태평양을 항해하지 않고 굳이 인도양에서 아프리카 남단을 돌아 다시 북진해 대서양을 거쳐 뉴욕항에 들어오는 험난한 코스를 택한 것도 이들 폭력조직과 관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보트피플의 행선지가 미국이긴 하지만 구체적 목적지는 반드시 뉴욕이어야 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미국내 중국인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고 있는 지역이 뉴욕이며,뉴욕내 중국인 폭력조직들은 중국인 밀입국자들을 몰래 빼내와 중국식당 등에 취업시킨뒤 이들로 부터 수년동안 1인당 수천달러에서 수만달러를 사례금조로 받아내고 있다고 미 경찰은 밝히고 있다.
중국인 보트피플은 한결같이 정치적 망명을 주장하고 있지만 미 당국은 이를 인정치 않고 있으며 체포된 밀입국자가 풀려나기 위해서는 1인당 3만5천달러를 보석금으로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중국인 폭력조직들은 보석금을 지불하고 대신 이들로부터 장기간에 걸쳐 매달 일정금액을 받아가는 경우도 있다고 경찰은 밝히고 있다. 중국인들의 밀입국행렬은 지난 80년대까지 광동성 주민들의 홍콩 밀입국이 주류를 이뤘으나 최근에는 복건성과 상해 등지로 점차 확대되는 추세에 있으며 대상지역 또한 다변화되고 있다. 특히 최근들어 미국행 밀입국이 급증한 것은 지난 89년 천안문사건 직후 중국당국의 체포령을 피해 미국으로 밀입국한 중국인들은 부시행정부가 정치적 망명으로 받아들인 조치가 『미국에만 가면 무조건 정치적 망명이 허용되며 잘 살수 있다』고 잘못 알려져 중국내 밀입국 열기를 자극했다는 분석이다. 미국과 캐나다당국은 이같은 방법으로 밀입국하는 중국인은 해마다 5천명선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하고 있다. 홍콩의 경우는 최근들어 하루 평균 22명의 밀입국자들이 체포되고 있으며 올들어 4월까지 수비대에 의해 검거된 밀입국자는 1만3천7백명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홍콩=유광종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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