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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채팅방에 낯 뜨거운 '음란광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직장인 김모(44)씨는 최근 중1인 아들과 함께 동네 PC방을 찾았다. 스타크래프트에 빠져 있는 아들에게 무조건 게임을 못하게 하는 것보다는 같이 놀아주며 조절해 주자는 생각에서였다. 배틀넷(온라인 게임 서버)에 접속해 채팅방에 들어간 그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배틀넷 채팅창은 '100% 무료 가입. 화끈한 동영상 제공'과 같은 음란성 광고글로 도배되다시피 했다. 결국 그는 아들의 손을 이끌고 PC방을 빠져나왔다.

스타크래프트.피파온라인.넷마블장기 등 청소년들이 주로 즐기는 온라인 게임 채팅창과 게시판에 낯뜨거운 성인광고가 난무하고 있다. 클릭 한 번 하면 불법 성인사이트로 연결되는 음란 광고에 청소년들이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것이다.

◆성매매 암시 광고까지=본지 확인 결과 이들 게임에선 불법 광고를 쉽게 찾을 수 있었다. 7일 오후 1시 스타크래프트 배틀넷 유럽서버 KOR131채널에는 '100% 무료가입 화끈' 등 민망한 성인광고 문구가 채팅창 상단에 자리 잡고 있었다. 축구 게임인 피파 온라인도 마찬가지였다. 이 게임은 각국 국가대표 축구팀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AC밀란 등 세계 유수의 축구 클럽을 선택해 온라인으로 상대와 경기를 벌일 수 있어 청소년들에게 인기다.

채팅방에는 '안산 여자만, 만날 분 3만원' '인천 여자 구해요'처럼 성매매를 암시하는 내용이 반복적으로 등장했다. 올 7월 현재까지 정보통신부 산하 불법청소년유해정보신고센터에 불법 음란 광고로 신고 접수된 사례가 300건을 넘어섰다. 센터 관계자는 "신고가 접수되는 음란 광고는 극히 일부라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는 더 심각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청소년위원회(위원장 최영희)는 7일 이들 게임의 시스템 관리자에게 음란 광고 상시 모니터링 및 사전 경고, 사후 제재를 강화할 것을 요청했다.

◆교묘한 수법으로 필터링 피해=기술적으로 이들 광고를 100% 막기란 상당히 어렵다. 게임 업체들은 '포르노' '음란물' 등 유해 단어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금지어를 정해 놓고 이를 걸러내는 '필터링'을 적용한다. 그러나 야한 동영상을 일컫는 '야동'을 '야/동'으로, '포르노'를 '포(르)..노'라 표현하는 등 단어 몇 개를 바꿔 필터링을 피한 광고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치고 빠지는' 식으로 채팅방을 이용하는 경우 제재가 쉽지 않다.

이에 대해 게임 업체의 보다 강력한 대응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업체들은 음란 광고물을 올리는 사용자에 대해 경고나 아이디 삭제를 포함한 제재를 가하고 있다.

숭실대 배영(정보사회학) 교수는 "음란성 광고를 게재한 이용자의 아이디를 삭제하는 것에서 나아가 회원 자격을 박탈하고 일정 기간 회원가입을 할 수 없도록 하는 제재수단을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보통신윤리위원회 장경식 심의2팀장은 "주민등록번호 하나에 게임 아이디를 무한정 발급해 주는 현행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권호.강기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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