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유시민 '경선 격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범여권의 대선 주자는 노무현 대통령과의 관계에 따라 '친노(親盧)'와 '비노(非盧)' '반노(反盧)'로 분류된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와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 등이 비노라면 민주당 조순형 의원은 반노의 대표 격이다. 이해찬.한명숙 전 국무총리와 유시민.김혁규 의원, 신기남 전 열린우리당 의장, 김두관 전 행자부 장관 등이 친노에 속한다.

정치권에선 범여권의 경선이 비노.반노 후보 대 친노 후보의 격돌 양상으로 치러질 것으로 전망한다.

하지만 친노 그룹 내부 사정도 단순하지만은 않다. 단일 대오를 이루기보다 각개 약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명숙 전 총리의 친노 후보 단일화 제안이 불발에 그친 것이 대표적이다.

한 전 총리는 7일 "평화개혁 세력의 정통성 있는 단일후보를 만들어 승리의 전기를 마련하라는 요구가 당심이자 민심"이라며 친노 주자들에게 단일화를 제안했다. 한 전 총리는 "손학규 후보는 필패 카드로, 한나라당 경선에서 도망나온 패잔병으로는 한나라당 후보를 절대 이길 수 없다"며 "2002년(노무현-정몽준 후보 단일화)처럼 여론조사로 단일화하자"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 전 총리는 "정통성 있는 평화민주개혁세력이 당선될 수 있는 단일화 방안을 지지한다"고 맞장구를 쳤다.

그러나 유 의원은 "아직 출마를 선언하지 않아 견해를 명확히 말하기 어렵다"며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유 의원은 그러면서 "대선은 과거를 둘러싼 정치적 논쟁보다 미래 비전을 통해 국민의 지지를 얻는 경쟁 과정"이라며 "이런 취지를 실현하기 위해 대통합과 국민경선 과정에서 정당하고 필요한 협력과 연대를 이루기 위해 열린 자세로 협의하겠다"고만 말했다. 주변에선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이유로 손 전 지사를 반대하기 위한 단일화는 바람직하지 않으며, 지금이 단일화를 논할 시점도 아니라는 점을 우회적으로 밝힌 것"이란 얘기가 나오고 있다.

다른 주자 측도 "왜 지금 그런 얘기가 나오는지 모르겠다"(김혁규), "특정 인사를 반대하기 위한 연대는 옳지 않다"(신기남), "동의하지 않는다"(김두관)며 일제히 반대했다.

이 전 총리와 각별한 관계인 유 의원이 18일 출마를 선언하는 것을 같은 맥락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이 전 총리는 광주 기자간담회에서 "유 전 장관 측 내부에서 출마한 뒤 처음부터 나를 돕자는 의견과 예비경선 통과 후 본 경선에서 판단하자는 양론이 있는 것으로 듣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 의원 측에선 우선 정책 비전을 가지고 국민의 선택을 받아 보겠다는 생각이 우선이고, 다른 후보를 돕는 것은 그 다음 문제라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경우에 따라선 이 전 총리와 유 의원 간 맞대결이 불가피하게 된다.

한편 열린우리당은 조만간 민주신당과의 합당을 공식 발표하고 다음 주 초 전당대회를 열어 이를 결정할 계획이다. 그러나 김두관 전 장관은 이날 "호랑이를 잡으러 호랑이 굴로 들어가겠다"며 열린우리당을 탈당, 신당에 입당했다.

김성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