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의 사나이」 축재에 충격/박태준씨와 포철주변 표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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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장기집권」이 결국 비극의 씨앗됐다”
포철 및 계열·협력사에서 7백30억원의 세금 탈루가 있었고 박태준 전 명예회장이 수뢰 등 축재를 했다는 국세청 발표가 나오자 포철 주변은 그 충격으로 망연자실의 분위기다.
우선 박씨의 경우 오늘날의 포철을 있게해 국내외에서 「세계적 철강인」으로 인정받았던 공로가 사라지고 「비도덕적 치부인사」로 마감하는 타격을 받게됐다.
포철 조차 박씨의 개인치부 부분은 『모르는 일이며 포철은 전혀 개입할 생각이 없고 박씨가 변호사를 스스로 고용,대응해야 할 대목』이라는 반응이어서 박씨는 외로운 항전(?)을 하게됐다.
박씨는 일본 아오야마(청산)에 있다가 최근 요코하마(광병)로 옮겨 직장종양 치료명목의 「망명」생활을 부인과 함께 하고 있다.
박씨는 그 특유의 국가에 대한 충직성을 발휘,검찰의 소환조사에 응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하는 심각한 고민에 빠지게 됐다.
포철 주변에서는 박씨가 유능한 경영인이기는 했지만 장기집권이 결국 비극의 씨앗이 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포철 임직원들도 회사의 세금문제보다는 박씨의 축재발표에 더 놀라고 있다. 그만은 「깨끗한 기업인」이라는 신화가 깨진 탓이다.
포철은 국세청의 법인부분에 대한 발표는 범법인 「탈세」가 아니고 세무회계상의 견해차에 의한 「탈루」이므로 이의제기를 통해 상당부분 해명할 수 있다고 하면서도 이번 발표를 회사 환골탈태의 계기로 삼겠다는 뜻을 밝혔다.
포철은 따라서 반성의 자세를 보이며 회사쇄신 작업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회사측은 21개 자회사의 통폐합과 일부처분을 서두르고 있으며 이번에 문제된 제철학원 법인의 방만한 운영을 손질할 채비다. 거래업체에 힘주는 관행도 개선시키겠다는 움직임이다.
포철은 다만 비업무용 부동산을 업무용으로 회계 처리했다는 등의 국세청 발표에는 불만이 많은 표정이며 법률해석상의 차이인 만큼 이의제기를 해 「억울함」을 구제받겠다는 입장이다.<김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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