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2007 안방극장 韓.美.日드라마 삼국지>일본 드라마_ 소리 없는 침투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21호 06면

일본 드라마가 개방된 지 3년6개월이 흘렀다. 지상파 TV에선 아직 볼 수 없지만, 케이블TV나 위성방송에선 성인물 외에 일본 드라마를 자유롭게 시청할 수 있다. 그동안 100여 편이 훨씬 넘는 일본 드라마가 국내방송에 소개되었으나 전반적으로 이의 인기는 저공비행이다. 하지만 속단할 수 없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만화·소설·드라마 ‘콘텐트 시너지’ 막강

일본 드라마(이하 ‘일드’)는 보도나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 비해 뒤늦게 개방되었다. 주된 이유는 드라마가 사회적 파급효과가 크고 국내 관련 산업에 미칠 여파를 우려했기 때문이다. 뚜껑을 열어보니 예상이 빗나갔다. 뒤로 미루기까지 했던 ‘일드’가 개방되고 나선 맥을 못 추고 있다.

‘일드’가 국내에서 부진한 이유는 다양하다. 뿌리깊은 반일(反日) 정서로 시청 자체를 외면하려는 시청자의 존재, 지나치게 젊은 층을 의식한 소재 선택이나 리얼리티의 연장으로 접근하려는 드라마관, 붐을 일으키고 끌고 가기에는 짧은 주기(11화)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춤추는 대수사선’을 비롯해 기대했던 히든 카드인 기무라 다쿠야 주연의 ‘히어로’ ‘러브제너레이션’ ‘프라이드’ 모두 소개되었지만 시청률 1%의 고지에는 크게 못 미쳤다. 오히려 주목도가 떨어졌던 ‘김전일소년의 사건부’ ‘비치보이스’ ‘마이 펫’과 같은 10대와 20대를 겨냥한 작품이 고만고만하게 선전한 것은 예상 밖이었다. 소위 성공라인이라고 하는 시청률 1%를 넘어선 작품은 학원물인 ‘고구센’ 시리즈밖에 없다.

그러나 ‘일드’의 국내 진출을 실패라고 단정짓기엔 아직 이르다. 우선 상당수의 젊은 층이 TV보다 파일 교환이나 다운로드 등을 통해 많은 ‘일드’를 접하고 있다. 따라서 인터넷 시청이 반영되지 않은 TV시청률이라는 잣대만 갖고 ‘일드’의 성패를 따지기엔 다소 무리가 따른다.

두 번째는 지상파 TV에서 방송되지 못하는 관계로 ‘일드’에 대한 프로모션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지상파 TV의 불특정 다수에 노출되어야 충성도 높은 ‘일드’ 팬들이 계속해서 양산되고 이들이 ‘일드’를 지속적으로 시청하는 선순환 메커니즘이 만들어지는데 말이다. 국내 상황에선 ‘일드’가 아무리 인기 있다고 하더라도 케이블 TV나 위성방송에서 방송되고 말 뿐 지상파 TV에서 내보낼 수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만약 지상파 TV에서 ‘일드’가 개방된다면 ‘일드’의 인지도가 상승하고 브랜드가 형성되어 ‘일드’ 붐의 도래에 매우 유리한 환경이 만들어지게 될 것이다. 지금의 일본 내 ‘한류’가 처음엔 위성방송을 거쳐 전국방송인 NHK에서 방송됨으로써 확대되었다는 점과 동일한 논리다.

세 번째는 일본 영화, 애니메이션이나 만화, 소설 등 다른 콘텐트와의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는 마케팅 환경이 자리 잡아 가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 영화나 애니메이션은 1998년 이래 국내에 150여 편이 넘게 개봉되어 꾸준하게 정착되고 있고, 출판만화나 TV애니메이션은 절대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최근에는 일본 소설과 이의 영화화 붐도 뜨거워지고 있다. 게다가 한국은 세계에서 일본어를 배우는 인구가 가장 많다. 즉 일본어 학습 차원에서 ‘일드’는 훌륭한 교재가 될 수 있다. 일본 만화나 소설 팬은 원작이 드라마화되면 드라마 팬이 될 가능성이 크며 배우는 영화나 드라마 장르를 쉽사리 넘나들며 출연한다.

‘고구센’과 같은 작품이 시너지효과를 발휘한 대표적인 케이스다. 드라마 ‘고구센’은 이미 한국에서 출간된 인기만화의 원작이었고 주인공이었던 마쓰모토 준은 미소년 그룹 ‘아라시’의 멤버였으며 나카마 유키에 역시 우리에게 잘 알려진 배우였다. 서로의 시너지효과를 내어 붐을 만들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일드’ 붐은 시간문제일지도 모른다.
김영덕(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 연구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