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책읽기Review] “나태·내숭·눈치 아프리카에 버렸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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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친구 중 절반 정도는 결혼을 했다. 회사내 중간관리자로 책임만 떠 안고 있다. 부모님으로부터 ‘처치 곤란’이라 불리고 있다. 주변 환경에 예민해져 부정적인 시선이 급 증대된다.’

 영화마케터 정은선(33·사진)씨가 낸 이색 여행기 『우먼 인 아프리카』(이가서)의 한 구절이다. 3년 전 훌쩍 아프리카로 떠났던 그다. 거기서 이국적 풍광, 낯선 사람들만 만난 것이 아니다. 정체성을 놓고 고민하는 30대 미혼 직장여성의 내면을 보았다.

 “30대는 영화로 말하자면 한 시퀀스가 바뀌는 시간이에요. 새롭게 시작할 에너지가 필요했죠.”

  그는 아프리카에서 새로운 힘을 얻었다고 했다. “다른 사람을 보니 그 속에 내 모습이 보이더군요. 서울에서는 바빠서 사람들을 돌아 볼 겨를도 없었거든요.”

  책에 실은 글도 사람들을 만나며 그때그때 떠올랐던 생각을 따라 엮었다. ‘옛사랑:삶에 지속적인 그림자를 드리우며 새로운 사랑을 하지 못하게 하는 암적 존재’같이 작가가 정한 정의도 덧붙였다.

 “키워드를 단 몇 줄로 정의내리기가 참 힘들었어요.” 그래서인지 31개의 단어 어느 것 하나 공감 가지 않는 것이 없다.

 책을 30+1개의 주제어로 구성한 의미를 물으니 그는 “서른 가지를 버리고 하나를 얻어 왔거든요.”라고 답했다. 나태·내숭·눈치 등 자기를 괴롭히던 것들을 버리고 ‘이기주의’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스스로를 중심에 놓는 것이 그가 30대를 시작하며 세운 기준이라 했다. 그래서 이기주의는 마지막 주제어이자 새롭게 시작하는 주제어다.

 “여행서가 많은데 나까지 내야 할 것인지 고민을 많이 했다”는 그녀는 여행을 다녀온 지 3년 만에 책을 출간했다. 왜 뒤늦게 책을 냈을까. “30대 여성들에게 말해주고 싶었어요.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시작할 것인지를 선택할 때라고 말이죠.”

 책에서도 30대에게 주는 팁(tip) 부분을 가장 신경 썼다고 그는 설명했다. 여행에서 돌아온 후 그는 영화마케터로 여전히 바쁜 삶을 산다. 하지만 마음속에 살아있는 아프리카 덕분에 정신적으로는 여유로워졌단다. 앞으로는 마케터 역할뿐만 아니라 자신만의 콘텐트를 개발할 꿈도 가지고 있다. “30대는 인생의 절반이라 생각해요. 이제 절반을 왔으니 또 새롭게 시작해야죠.”

 자신감 넘치는 그의 모습이 아프리카처럼 자유로워 보였다.

글=이유진 인턴기자, 사진=김태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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