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 오초아 샷 매섭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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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세계 랭킹 1위 로레나 오초아가 12번 홀에서 샷을 하고 있다. [세인트 앤드루스 AP=연합뉴스]


'여자와 개는 출입금지'.

영국 세인트 앤드루스 올드 코스 클럽하우스에 붙어 있던 푯말은 '선수 전용'이라는 글씨로 덮였다. 선수는 모두 여자이기 때문에 이제 일주일간 이 골프의 성지는 남성 출입 금지구역이 됐다.

한국의 아마추어 선수인 최혜용(예문여고)을 시작으로 여자 프로선수들이 600년 된 이 코스에서 역사적인 티샷을 했다.

2일(한국시간) 세인트 앤드루스의 올드 코스에서 여자 브리티시 오픈(파 73)이 개막했다. 박세리(CJ)는 "골프의 고향에서 첫 라운드를 한 느낌에 가슴이 떨린다"고 말했다.

골프는 불공평한 경기다. 바람이 적은 오전에 경기한 선수들의 성적이 좋았다. 메이저 대회에서는 우승을 해 보지 못한 로레나 오초아(멕시코)는 보기 없이 버디만 6개를 잡아낸 끝에 단독선두(6언더파)에 나섰고, 미야자토 아이(일본)도 아침 일찍 나와 3언더파를 쳤다.

오초아는 "바람이 거의 불지 않아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다. 오늘은 모든 샷이 정말 잘됐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이븐파를 친 박세리는 "오늘처럼 좋은 조건에서 칠 때 저금을 많이 들어놨어야 하는데(타수를 줄여놨어야 하는데) 안타깝다"고 입맛을 다셨다.

역시 아침 일찍 티샷 한 미셸 위는 이븐파를 쳤다. 미셸 위는 "공을 잘 쳤는데 후반 나쁜 바운스 등 운이 따라주지 않아 생각만큼 성적이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셸 위는 2번과 3번 홀에서 훅이 나 옆 홀 끝에서 세컨드 샷을 해서 파를 했고 60야드 퍼팅을 붙이는 등 운도 좋은 편이었다.

정말 운이 좋지 않은 선수들은 오후에 경기한 선수들이었다. 차가운 북해에서 몰아치는 바람이 공을 112개나 되는 벙커로 끌고 들어갔다. 결코 무너지지 않는 김미현(KTF)이 8번 홀까지 5오버파(자정 현재)를 치는 등 희생자가 속출하고 있다.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은 악조건 속에서 버티고 있다. 그는 이 코스에서 두 번 나와 모두 우승한 타이거 우즈의 야디지(yardage) 북을 받아 나왔다. 타이거의 야디지 북에 바람에 대해서는 설명이 없겠지만 '골프여제'는 역사적인 대회의 첫 우승자가 되고 싶은 간절한 소망으로 무너지지 않았다. 14번 홀까지 이븐파다.

일부 선수들은 "코스에 조그만 둔덕이 많아 공이 어디로 튈지 모른다"며 "운이 정말 중요한 코스"라고 불평했다. 그러나 타이거 우즈는 이곳에 두 번 나와 모두 우승했다. 실력이 더 중요한 코스라는 얘기다.

우즈는 "어려운 코스는 나쁜 샷은 반드시 응징하고 좋은 샷도 가끔 응징한다"며 "인내심을 가진 선수가 우승한다"고 충고했다.

세인트 앤드루스=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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